[브렉시트 쇼크]병든 英 날개짓, 우리기업에 허리케인?

코스피와 코스닥이 24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영향으로 패닉 장세를 연출한 가운데 이날 오후 딜러들이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47포인트(3.09%) 내린 1925.24로 장을 마감했다.

"병든 영국의 날개 짓이 전세계에 허리케인을 몰고 오는 것을 우려했는데 이번 블렉시트 가결이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각 사업부문별로 대응책을 짜고 있다."

24일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통과시키자 이를 지켜본 국내 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날 블렉시트의 가결로 각 사업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자동차 업종 외에 주력 수출 업종인 전자와 철강, 조선 등은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와 제트유, 운송기계 부품, 섬유, 석유화학제품 등은 영국 관세의 영향으로 당장 2년 후에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브렉시트 투표에서 부결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나, 오후 들어 가결 쪽으로 방향이 선회하면서 내부 부서별 회의를 통해 그동안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점검에 나섰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대응책을 준비하기보다는 각 계열사별로 CEO와 CFO를 중심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일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하반기 경기를 점검하면서 브렉시트와 관련한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한데 이어 이날에도 수원사업장에서 CFO를 중심으로 상황 점검에 나섰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가결과 부결 두가지 경우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짜왔고, 오늘 가결됨에 따라 기존에 가결될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대응책을 중심으로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 그룹도 계열사별로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도 "각 부문별로 내부회의를 통해 유럽 시장 및 글로벌 경기 위축 가능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인 시장 위축은 불가피해보인다"며 "특히 경쟁국 중 독일 업체들이 환율 영향에 따른 수혜가 예상돼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2년 유예기간을 거친 후 영국 수출 물량에 대해선 10%의 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LG그룹의 경우 최근 구본무 회장과 주요 CEO의 중장기전략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에서 브렉시트의 영향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LG경제연구원 등을 통해 우리 기업에 미치는 파장을 연구해온 만큼 각 사별로 대비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높은 인건비 때문에 현지에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업체는 거의 없지만 유럽 전체적으로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유럽지역 판매하락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유와 조선, 철강, 해운 업종은 당장의 단기적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제품 수출·입 거래가 많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워낙 큰 대외 변수다 보니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율 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업 경기 회복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에는 주요 발주처가 있지 않아 당장 선주들과 관계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 파장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돼 수주절벽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 여파가 유럽과 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지면 물동량 증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침체된 조선업 경기 회복이 더욱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영국 법인이 없고, 영국 수출량도 극히 미미해 단기적 영향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환율과 금리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충격이 예상되므로 단기 환변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수요산업 및 철강업에 대한 영향을 지속 모니터링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해운업계도 직접적 영향보다는 후폭풍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EU 전체적으로 교역, 무역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해상 물동량에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만큼 구체적인 인과 관계에 대한 센터 차원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영국 시장 내에서 경합중인 품목에 미치는 영향은 경쟁상대에 따라 상이하다고 분석했다. 우선 영국 시장에서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미국, 중국, 대만 등의 국가들과 경합 중인 제트유, 운송기계 부품, 섬유, 석유화학제품 등은 0%로 적용받던 관세효과가 사라지면서 대 영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