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70조 '中·英 황금시대' 가로 막힐까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확정되며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영 21세기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 등 양국의 산적한 경제 현안들이 의외로 브렉시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영국의 황금시대는 계속돼야 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중국의 복잡한 속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브렉시트로 중국이 받을 타격이 다른 어떤 아시아 국가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25일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국영 통신사 신화사는 "브렉시트로 중국과 영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브렉시트 때문에 중·영 황금시대가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신화사는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중국과 합작을 통해 영국의 이익을 지켜야 하고, 중국도 영국이 난관을 잘 헤쳐 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사는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선거 결과를 존중하며, 영국과 유럽연합이 최대한 빨리 관련 협상에 임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는 전날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이 "영국과 EU가 조속히 협상을 타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브렉시트는 영국 국민의 선택이었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이제는 후속 절차에 매진해야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었다.

◇'중·영 21세기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돼야

그러나 이날 신화사 보도는 여기서 한발 나가 브렉시트가 구체적으로 중·영 관계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되는 부문까지 언급했다. 바로 지난해 10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 시 캐머런 총리와 합의한 '21세기 글로벌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성실한 이행이다. 이 전략 동반자 관계는 경제, 문화, 관광 분야 등에서 400억파운드(당시 환율 70조원)에 달하는 150개 항목의 합작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는 총 사업비 180억파운드(32조원)로 영국 남부 '힌클리 포인트'에 중국광핵그룹이 대규모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들어있다. 이는 영국에서 30년만에 재개되는 원전 사업으로 2025년 완공 시 영국 전체 전력공급의 7%를 맡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중국광핵그룹은 이 사업에 60억파운드(10조8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3%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외에 중국광핵그룹은 영국 서픽 카운티 시즈웰 원전 건설에도 지분 20%를 투자하고, 에식스주 브래드웰 원전 건설에도 지분 66.5%를 매입해 중국산 원자로를 짓을 계획이다.

신화사가 이날 이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언급하며 "양국의 황금시대는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브렉시트 후폭풍이 여기에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시장경제지위' 부여 지연될까

중국 정부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영국이 올 연말로 예정한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지연할 것인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시 2016년 12월11일까지 15년 동안만 ‘대체국 가격 적용’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

대체국 가격 적용이란 중국처럼 ‘시장경제지위’(한 국가의 제품 가격과 환율 등이 정부 간섭 없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경제체제를 갖추었다고 교역 상대국이 인정해주는 지위)를 받지 못한 국가의 수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때 제3국 동일 제품 가격과 비교해 덤핑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만약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을 중국 국내 가격이 아닌 대체국 가격과 비교하면 중국 수출품은 덤핑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불리하다. 유럽연합은 최근 중국산 철강에 대해 대체국 가격을 적용해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영국은 올 연말 WTO의 15년 기한이 끝나면 유럽연합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에게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에게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반대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중국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일대일로·고속철 수주에도 영향 줄 듯

브렉시트는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영국 고속철도 사업(HS2)의 중국 기업 참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총 사업비만 430억파운드인 이 프로젝트는 1단계 공사 구간인 런던-버밍엄 구간 사업자를 내년 중에 선정한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영국과 이미 고속철도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로 중국 최대 고속철 업체인 중궈중처의 사업 수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중국의 대국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구축)도 브렉시트로 좋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영국이 유럽연합 국가 중 일대일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중국은 일대일로의 유럽 교두보로 영국을 지목한 상태였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유럽연합 내 영국 입지가 흔들리며 일대일로의 든든한 동반자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중·유럽연합이나 중·영 자유무역협정(FTA)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중·유럽연합 간 자유무역지구 건립 협상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부동산 등에 130억달러(15조25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들의 자산가치 하락과 사업 위축도 브렉시트의 악재로 꼽힌다.

지난해 780억달러 규모의 양국 교역 감소 여부와 중국·홍콩 증시 단기 하락 가능성, 위안화 평가절하, 후룬통(상하이-런던 증시 교차거래) 지연 등도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