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승리' 신동빈 귀국 초읽기… 향후 과제 '첩첩산중'

25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롯데 본사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승리했다. 검찰 수사 등 한국 내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의 지지를 확인했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아 한·일 양국 롯데의 리더로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승리'에도 모습 감춘 신동빈 회장=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주주들은 또 다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 측이 제안한 잉여금 배당건, 이사1인 선임 건은 무난하게 통과된 반면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 해임안 등을 상정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주제안 안건 4개는 모두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 직후 침통한 모습으로 "오늘 주총에서 주주 제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열릴 임시 주총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해 싸움을 이어나갈 것을 분명히 했다.

반면 승리한 신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 명의의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롯데그룹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신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한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신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당면한 어려움 속에서도 현 경영진이 이뤄낸 경영성과를 주주들이 인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원리더' 입지 확인했지만 갈 길 '첩첩산중'=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임직원들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주총승리는 '혼돈 국면'에서 겨우 한발짝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신 회장은 주총 이후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말 쯤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그 때까지 일본 내 주요 금융기관과 관계사들에 롯데홀딩스 주총 결과와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상황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으로서는 일본 이해관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큰 과제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한국 롯데그룹의 재무에 깊게 관여된 만큼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검찰 수사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 해결할 상황은 더욱 골머리가 아프다. 롯데그룹은 오너 일가 비자금 조성과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 주요 계열사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계열사 대표 및 핵심 임원 등이 잇따라 소환 조사를 받고 있어 신 회장이 귀국할 경우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한편 차질을 빚고 있는 그룹의 각종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롯데그룹은 사업 및 투자를 무리없이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수사 결과에 따라 주요 경영진 공백 등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짜야한다. 연내를 목표로 제시한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월드타워 완공,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등 현안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의 공세도 불안 요인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임시 주총에서 이기겠다며 '무한 주총' 의지를 밝힌만큼 언제든지 검찰 수사 및 경영권에 있어 불리한 공세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으로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주총 승리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귀국하면 부담스러운 현안들과 맞닥뜨려야 하는만큼 지금부터가 리더로서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패한 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