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충격…은행 "달러 끌어모아야할 상황 아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확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국내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은 긴박하게 달러를 끌어모아야할 상황은 아니지만 달러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것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평균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109.7%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이 118.67%, 우리은행이 117.0%, KB국민은행이 109.8%, NH농협은행이 106.7%로 100%를 상회했다.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다는 의미다. 외화자금 비중이 높은 KEB하나은행은 96.46%로 100%를 밑돌았으나 감독당국 규제기준인 85%는 큰 폭으로 상회했다.


3개월 내 만기도래하는 외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은행별로 보유하도록 하는 여유자금 비율 역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50%을 크게 웃돌았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168.7%, 160%로 150%를 넘었고 △우리은행 140.7% △하나은행 136.78% 등도 높았다. 농협은행도 90.26%를 유지했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외화유동성 관리를 더 보수적으로 해 온 영향이다. 국내은행의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2008년말 97.71%였으나 2011년부터는 100%를 웃돌았다. 특히 2010년 7월 금융당국이 외화자산의 회수 가능성에 따라 국공채엔 100%, BBB등급 미만 회사채는 50%의 가중치를 두면서 은행들은 금융위기가 닥쳐도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외화자산 보유에 힘써왔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기업들의 외화대출 만기 연장 요구 등이 아직은 특별히 불거지고 있지는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위기 당시엔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귀해지며 기업들의 외화대출 만기·유산스(기한부외국환어음) 기한 연장 요구가 빗발쳤고 만기도래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은행들은 기업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만큼의 외화유동성을 갖고 있지 못해 외화 신용경색이 발생했다.


다만 달러 조달금리가 높아지며 은행들이 만기도래 차입금을 차환할 때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외환(FX)스왑포인트 1개월물과 6개월물이 2010년 5월 후 저점으로 떨어지는 등 단기 달러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FX스왑포인트가 하락하면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FX스왑포인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여파가 확산될 지 여부도 관건이다. 한 시중은행 자본시장 담당 임원은 "영국만의 문제로 국한되면 괜찮은데 프랑스 등 다른 국가로 불안이 전이돼 EU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특히 수출입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을지 여부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