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추경 반드시 필요”…최소 11.5조원, 최대 26.6조원

대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할 때 정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성장 장기화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상반기 정부 재정 조기집행으로 하반기 재정절벽 현상이 우려되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발표한 ‘2016년 추경 편성방향 제언’ 보고서에서 “재정절벽을 방어하면서 작년, 재작년 하반기 경기수준을 유지하고 적극적인 경기진작을 위해 필요한 추경 규모는 최소 11조5000억원에서 최대 26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하반기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원인으로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른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폭 △장기화된 저성장에 따른 경제주체 심리악화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에 따른 재정절벽 우려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국내 경기충격 등을 손꼽았다.

최소 추경 규모를 11조5000억원으로 잡은 이유는 올해 하반기 정부 관리대상사업에 집행 가능한 지출액이 113조원으로 2014~2015년 연평균 하반기 집행규모(124조5000억원)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지출을 앞당긴 재정지출을 보강해 상·하반기 동등 비율로 집행을 가정했을 때의 예산 부족분은 26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하반기 경기가 최근 2년간의 경기와 유사한 수준인 전년동기대비 3% 내외 성장률을 나타내기 위해선 11조5000억원이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경기 진작을 위해선 26조6000억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연구위원도 “한국은행이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하면서 사상 최저치가 됐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은 확장적 재정정책과의 정책공조(Policy mix)가 이뤄질 때 정책공조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추경으로 조성된 재원이 사회간접자본(SOC) 조성 등 단기부양책으로만 활용되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노동인구 감소, 자본투입 한계로 점차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분야에도 과감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GDP갭률(잠재GDP와 실질GDP간 격차)은 2014년 4분기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1990년대 7.3%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2016~2020년 2.7% 수준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는 “추경은 경기부양 효과가 높은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분야에도 동시에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총요소생산성(TFP)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R&D) 및 인적자본 등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사용되지 못하는 불용액과 이월되는 예산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예산 불용액은 2001~2005년 연평균 4조6000억원에서 2011~2015년 연평균 1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월액도 연평균 4조5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많아졌다.

이와 함께 국가부채 관리강화 차원에서 △정확한 경제전망에 근거한 세입·세출 계획수립과 △중장기적 페이고(Pay-go, 의무지출 정책추진시 재원조달 방안 마련) 원칙 확립 △총량 재정지출 목표를 법제화한 재정준칙 등 재정건정성 강화 대책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주 연구실장은 “재정절벽을 방어하고 경기부양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충분한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며 “고용재난지원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지출로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부문으로 추경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