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식품업계 "환율 오르면 어쩌나" 촉각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Brexit)' 영향으로 지난 24일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에서 금융정보 전광판을 보며 직원들이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6.70원 오른 1173원에 마감됐다. /사진=뉴스1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서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곡물과 육류, 와인 등의 수입량이 막대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뛰면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여파로 환율이 오르면 곡물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제당·제분 등 소재식품기업과 육류·와인 등 수입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 1년여간 주요 원자재 시세가 하향 안정세인데다 대기업의 경우 6개월 이상 비축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고공행진을 지속해 지난 3월 1240원을 넘기며 지난 2010년 6월30일(1243원)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24일 현재 1173원으로 마감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CJ제일제당 (335,000원 ▲3,000 +0.90%)의 지난해 원당·맥아·옥수수 등 원자재 수입액은 12억 달러. 올해 환율이 10% 오를 경우 지난해와 같은 양을 수입해도 비용부담은 13억2000만달러로 1억2000만달러(한화 약 1400억원) 더 늘어난다. 대상 (20,900원 ▲100 +0.48%)의 경우 지난해 옥수수·원당 등 약 2억달러 원자재를 수입한 만큼 환율 10%가 오르면 2000만달러(약 230억원) 정도 원가 부담이 커진다.

주요 식품업체 대부분이 환율 급등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환위험 제거 파생상품에 가입한데다 계약 물량이나 시점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단기 환손실은 크지 않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 수입 계약이 3~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데다 외환파생상품, 통화스왑 등을 동원해 환율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 관계자도 "원자재 수입량의 60% 이상이 옥수수인데 2013년 톤당 35만원이던 시세가 지난해부터 25만원으로 떨어졌다"며 "6개월 이상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브렉시트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율 상승 등 브렉시트 충격이 장기화되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면서 원자재 수입 손실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수입을 무기한 연기할 수도 없는 만큼 추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원자재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류와 와인을 수입하는 업체들도 환율 급등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환율이 뛰면 영세업체의 경우 원가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CJ제일제당처럼 바이오·사료 등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는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 충격이 다소 덜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바이오·사료 매출의 40% 이상이 해외 수출에서 나왔다"며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은 원자재를 구입하는 측면에선 악재지만 수출 부문에선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