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의인, 잃어버린 생업에 '보상없는' 법개정 메아리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잠수사. /사진=뉴스1

지난달 17일 세월호 잠수사 김관홍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의인'들에 대한 정부 지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참사마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과 부족한 지원을 지적하지만 법 개정은커녕 문제 제기도 그때뿐. 우리 사회 의인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수사는 '세월호 피해자' 아니다?=현행 수상구조법은에는'수난구호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 부상을 입었을 때 치료를 실시하고,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었을 땐 유족 또는 당사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세월호 참사 수습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는 부상 '치료'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엉망이 된 일상과 잃어버린 생업에 대한 보상은 없다. 세월호 특별법에서도 민간잠수사와 자원봉사자 등은 법률상 '피해자'가 아니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대한 치료도 꾸준하지 못하다고 한다.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의 행태도 의인을 사라지게 하는 이유다. 검찰이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 중 숨진 잠수사 이광욱씨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당시 최고참 민간잠수사 공우영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게 대표적인 예다.

공씨는 1심에서 "민간잠수사의 위험을 방지할 의무와 권한은 수난구호 활동을 지휘한 구조본부장에게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일상에서도 호의를 베풀다 형사처벌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술에 취한 여성을 도와주려다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일각에선 '물에 빠진 여성이 걱정되거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신고하거나 먼저 동의를 구하라'는 자조도 나온다.

2014년 5월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한 잠수사가 입수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라지는 의인 막을 법·제도 도입 목소리 이어져='의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김관홍씨의 죽음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20일 이른바 '김관홍 잠수사법'으로 불리는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에는 △피해자 범위 확대 △배상금 및 위로지원금 신청시기 제한 금지 △의료지원 및 심리치료 기간 연장 등이 담겼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 등 정부·여당이 문제삼는 조항과 맞물려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위기에 처한 사람에 대한 구조의무를 논한 '착한 사마리아인법' 얘기도 오르내린다.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은 지난달 24일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구조하지 않은 자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과'구조행위가 공공의 안전이나 공익 증진에 기여할 경우 의사상자 지정 전에 의료급여를 우선 실시한다'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담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인'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인정하는 장치가 부족하다"며 "여야가 나뉘어 당파 싸움을 할 게 아니라 협력해 지원책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약한 편"이라며 "선의의 행동도 대가를 바란 행동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