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에 있어야할 '다람쥐원숭이'가 아쿠아리움에?

동물자유연대의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 다람쥐원숭이 전시 반대 포스터.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다람쥐원숭이'라는 동물이 있다. 예쁜 두상을 가진, 마치 어린아이처럼 생긴 이 원숭이는 날렵한 몸짓으로 숲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특징. 마치 다람쥐처럼 작아 '다람쥐원숭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동물에게 자연의 햇빛과 바람, 그리고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너른 숲은 생존 조건이다.

그러나 포획되어 1만5000km를 날아 한국의 수도 서울에 도달한 이 원숭이는 현재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쿠아리움, 경기 일산시 한화아쿠아플라넷 등 초대형 건물의 지하 공간에 놓인 비좁은 원통형 유리장에서 살고 있다.


아쿠아리움을 찾는 동물들에게 다양한 동물 종을 소개하겠다는 것이 업체 측의 취지. 아쿠아리움을 찾는 부모와 아이들은 "귀엽다"며 유리장에 갇힌 원숭이를 구경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20~30마리씩 무리 지어 생활하던 다람쥐원숭이의 고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다람쥐원숭이가 열악한 환경으로 전시되고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3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고 27일 밝혔다. 그 결과 다람쥐원숭이가 자연채광이 되지 않는 지하에 위치한 원통형 비좁은 유리장 안에 전시돼 있음을 확인했다.

연대 측은 "열대우림에서 20~30마리씩 무리지어 생활하는 다람쥐원숭이에게는 매우 비좁은 공간"이라며 "홀로 있기 때문에 다른 개체와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못했고, 이는 동물복지에 상당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아쿠아리움 내에 육상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을 만든 것은 2014년 개관한 일산 한화아쿠아플라넷이 국내 최초였다. 수족관 안에 동물원을 집어넣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형태로, 업체 측은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소개했다.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 내 다람쥐원숭이가 전시돼있는 유리장.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이들은 실내 전시장 내에 '재규어 존'이라는 동물원을 만들고 중남미 밀림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동물인 재규어를 데려다놨다. 유리장 내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항상 노출되는 재규어가 정신이상증세를 보인다며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업체 측은 한결같이 '규정을 지켰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코엑스에 다람쥐원숭이가 들어온 것은 이보다 앞선 2008년. '아마존'을 테마로 한 전시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아쿠아리움 동물과 다른 곳의 다람쥐원숭이를 교환해 들여왔다. 다람쥐원숭이 외에도 토끼, 프레리독 등 작은 육상동물들이 아쿠아리움에 살고 있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올해 봄부터 다람쥐원숭이가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시민들의 제보를 4건 정도 받았다"며 "제보 내용은 원숭이가 너무 좁은 데 갇혀있고, 무기력하거나 나무를 빙글빙글 도는 등 전형적인 상동증(특정한 행위를 장시간에 걸쳐서 반복 지속하는 증세)을 보였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시계획 하에 준비를 해야 하는데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시민단체의 항의가 들어가자 갑자기 다람쥐원숭이 전시를 철회하고 다른 동물을 데려오겠다는 둥 주먹구구식으로 전시를 하고 있다"며 "애초에 수족관으로 만들어진 곳에 육상동물을 전시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는 코엑스 내 다람쥐원숭이 전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날 오전 11시 코엑스 입구에서 개최한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다람쥐원숭이 인형을 가지고 유리장에 갇힌 동물 퍼포먼스를 벌인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운영하는 서울오션아쿠아리움 측은 최근 문제제기가 되자 다람쥐원숭이를 전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다람쥐원숭이는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 보내고 유리장이 있던 공간은 관람객 동선이나 전망대 등으로 용도를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오션아쿠아리움 전시팀 관계자는 "유리장의 높이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었고 너무 좁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쿠아리움에서도 이를 2~3배 확장하려고 계획이 되어있었다"며 "그러던 중 시민단체 측으로부터 문제제기가 되어 내부 회의 끝에 다람쥐원숭이 전시를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