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잊은 분양시장…올여름 역대 최대 분양

1년 중 가장 더운 7~8월은 흔히 분양 비수기로 불린다. 번갈아 찾아오는 무더위와 장마뿐 아니라 휴가시즌까지 겹쳐 분양 흥행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때다. 하지만 올 여름 수도권은 예외다. 재건축 열풍을 타고 7~8월 두달간 역대 최대인 4만8000여 가구의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27일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7~8월 수도권 분양 물량은 4만8256가구에 달한다. 이는 종전 최대인 2004년의 3만6457가구는 물론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52만가구가 공급됐던 지난해 7~8월의 3만5255가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7~8월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연초 분양 눈치보기와 4월 총선 등으로 분양 시기가 늦춰진 영향이 크다. 불투명한 부동산 경기 전망 영향으로 연초만 해도 올해 분양물량은 지난해보다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총선이 끝난 5월부터 분양물량이 급증하며 당초 예상이 빗나가는 분위기다. 최근의 좋은 분위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는 모습이 역력하다.

7~8월 늘어난 분양 물량은 서울의 재건축 열기와 서울 전세난의 풍선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경기권 신도시가 주도하고 있다. 7~8월 서울에서는 11개 단지, 1만4653가구가 분양되며 경기도에서는 33개 단지, 2만9969가구가 공급된다. 인천에서는 2개 단지, 3634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 조합원들이 스스로 나서 분양가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할 정도로 시선이 집중되는 단지다. 전체 1320가구 중 일반 분양분은 70가구로 많지 않다. 이밖에 강동구 명일동의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 고양시 항동지구에 들어서는 고양 항동 호반베르디움 등도 관심이 높은 분양단지들이다.


한편 올 하반기 전국 전체 분양 물량은 21만여 가구로 예상된다. 상반기 분양물량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연간 전체 물량으로 보면 42만~43만가구 수준이다. 지난해 52만가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공급 규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난해와 올해 분양 물량을 합치면 100만가구에 가깝다"며 "청약열기를 감안하더라도 공급량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서울 강남 등 수요가 충분한 지역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공급과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나 분양권 불법 거래 단속과 같이 단기 과열 진정책뿐 아니라 공급량 자체를 조정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