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봇물'… 내년초 朴대통령 나설까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대 국회 들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지만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설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에서는 내년 초 무렵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헌론을 주도하며 정국을 장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의 개헌 논의는 활발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20대 국회 들어 일부 차기 대선주자들이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하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특위 설치를 공식 제안하면서 정치권 내 개헌론은 급물살을 탔다.

물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개헌특위 설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경제와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며 개헌이 국회의 우선순위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 사정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와 관련한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세다. 앞서 2014년 김무성 새누리당 당시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불거진 개헌론의 경우 정권 초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했지만 차기 정권을 대비해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정치 구조를 만드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다.

이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작년부터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개헌론 물꼬를 튼 상태다. 당시 친박계와 청와대는 개헌 필요성에 대한 이 같은 주장을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의견으로 치부하며 논의가 확대되는 것을 피한 바 있다. "개헌이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개헌론은 그 자체로 대통령 권력의 향방과 맞닿아 있다. 당선이 유력시되는 차기 주자가 아직 확실하게 도드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론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박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는 지에 따라 논의의 방향과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친박계에서는 이같은 정치적 환경을 고려해 박 대통령이 그동안 개헌에 대해 함구해왔던 것과 달리 이르면 내년 초 직접 개헌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내년초까지도 국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아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대통령의 실망이 계속 커질 경우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화두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즉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갈등 관계로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개헌 논의를 언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같은 개헌 필요성에는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론도 강하게 묻겠다는 의지가 담기면서 정계 개편을 촉발하는 폭탄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대선을 염두에 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세력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통해 정국을 장악하고 정권 창출에 모종의 역할을 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집권 후반기 청와대가 정국 주도권을 쥐는 데 개헌론만한 것도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역대 정권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