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때문에 '脫서울'…10명중 8명 "그래도 떠나기 싫다"

"서울에 살고 싶어요."

서울을 벗어나는 '탈서울'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속내는 달랐다. 10명 중 8명은 서울을 원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두드러졌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지만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외곽으로 밀려 나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자발적인 탈서울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개발 등이 더욱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KB국민은행과 공동으로 KB부동산 회원 2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대주택 거주 및 탈서울 의향' 관련 설문조사에서 '서울에서 거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75.5%(1603명)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서울에 살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24.5%(519명)에 그쳤다.

나이대별로 보면 젊은 세대인 20대와 30대가 서울 거주를 가장 절실하게 희망했다. 20대는 전체 응답자 162명 중 126명인 77.8%가 서울에 살고 싶어했다. 30대는 이보다 더 많은 78.6%(628명)가 서울 거주 의향을 밝혔다. 40대도 74.7%(485명)를 기록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은퇴 전후 세대인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71%, 71.4%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33.7%(714명)가 직장과의 접근성을 꼽았다. 그만큼 직주근접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창 사회생활을 하는 20~40대의 서울 거주 의향이 월등히 높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40.8%를 차지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문화생활시설, 학군 등 서울의 잘 갖춰진 인프라도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중요한 이유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문화혜택 22.3% △자녀교육 19.8% △기반시설 19.7%도 각각 20%대 안팎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 거주 의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집값·전월세금 등 주거비용'(58.3%, 1238명)을 꼽았다. 강남 재건축발 영향으로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고 전세 물건 찾기는 어려워지면서 아예 서울을 떠나 살겠다는 것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1.25%까지 내려가면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현상이 두드러져 전세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실제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전세자금대출도 급증세를 보인다. 올 3월 말 전체 금융권의 전세대출 잔액은 47조6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1조9000억원(4.2%)나 늘었다. 2012년까지만 해도 25조5000억원이었으나 전셋값이 뛰면서 △2013년 말 30조7000억원 △2014년 38조8000억원 △2015년 말 45조7000억원으로 2013년부터 연간 8조원 안팎의 증가폭을 나타냈다. 어렵게 전셋집을 구해도 가격 폭등으로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을 빠져 나가는 인구도 계속 늘고 있다. 서울 인구는 2009년 2월 이후 매달 순유출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 동안 서울 인구는 1만1900여명이 줄어 5월 말 기준 999만5784명으로 집계됐다. 28년 만에 1000만명이 무너졌다. 주택문제 때문에 서울을 떠난다는 사람이 61.8%나 됐다.

공해와 교통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서울에 살지 않겠다는 사람도 28.6%(607명)로 나타났다. △기타 6%(128명) △직장 접근성 5.4%(114명) △자녀교육 1.7%(35명) 순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직주근접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수요가 높은 만큼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설문조사는 서울이 싫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가는 젊은 세대가 너무 많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집을 구할 때 학군 등도 중요하지만 결론은 먹고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직장과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며 "수도권 신도시 건설보다 서울 도심 역세권의 고밀도 개발이 더 시급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