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있던 EU 기관 어쩌나' 각국 유치전 '혈안'

브렉시트를 계기로 유럽 국가들이 영국 런던에 자리하고 있던 유럽연합(EU) 관련 기구 유치전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동안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던 유럽의약청(EMA)과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데 대해 EU 국가들이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물밑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후보지로는 EMA의 경우 이탈리아와 덴마크, 스웨덴이, EBA의 경우 독일이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24일 오전 보건부가 EMA 유치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요구했고, 의회도 이탈리아가 EMA 유치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덴마크에선 일단 오는 29일 있을 EU 정상회의를 지켜본 뒤 제약협회와 정부가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 헨릭 베스터가르드 협회 부회장은 "브렉시트를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자세한 건 준비돼있지 않지만 코펜하겐이 기구를 유치하는 건 자신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경쟁자 없이 홀로 나선 독일도 프랑크푸르트가 EBA를 세우기 적합한 곳이라는 점을 적극 피력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로비업체 프랑크푸르트메인파이낸스의 후베르투스 배스 이사는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각종 기구의 지사가 있는 프랑크푸르트에 EBA를 두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기구를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리처드 베리스트룀 유럽제약산업협회(EFPIA) 회장은 "EMA 업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EMA 이전으로 그만 둬야 한다"며 "이는 온전한 상태의 (EMA) 규제 시스템에 위협적"이라고 했다.

EMA와 EBA도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EMA 측 대변인은 "기구 이전과 관련한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이전을 논의하는 건 너무 빠르다"고 했고, EBA 측도 기구 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어떤 논의와 관계 없이 맡은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