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달러강세' 수출기업에 호재만은 아니다

"브렉시트로 인한 달러 및 엔화 강세가 우리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따른 금융 시장의 충격이 주말을 넘기며 27일 다소 진정세를 보인 가운데, 유로화 가치 하락에 대한 실물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수출 기업의 대(對)유럽 수출규모가 대 중국이나 대 미국에 비해 작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각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유럽 매출 비중은 단순 외형일뿐 중국 등을 경유하는 '징검다리 무역(경유무역)'의 규모가 커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77,100원 ▼2,500 -3.14%)와 현대차 (236,000원 ▲5,000 +2.16%), 포스코 (388,000원 ▼2,000 -0.51%), LG전자 (91,100원 ▼1,500 -1.62%), 기아차 (110,700원 ▼1,500 -1.34%), SK이노베이션 (104,200원 ▼2,000 -1.88%), 현대중공업 (118,100원 ▼1,300 -1.09%), 한화 (26,050원 ▼200 -0.76%), 현대모비스 (233,500원 ▼1,500 -0.64%), LG디스플레이 (9,910원 ▼140 -1.39%) 등 매출 상위 10개 상장 제조업체의 대유럽 비중은 2015년 기준 0.8~22%로 조사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유럽 비중은 19.3%, 현대차는 14.2%, 포스코 5.9%, LG전자 10.3%, 기아차 22%, SK이노베이션 10.8%, 현대중공업 0.8%, 한화 6.7%, 현대모비스 10.1%, LG디스플레이 7.7% 등이었다.

매출 상위 10대 상장 제조업체 중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20% 내외인 것을 빼면 나머지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내 매출 비중이 커지 않아 충격파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매출 비중이 아니라 중간재 수출(부품의 중국 등지로의 수출)의 사업 성격이나, 매출 계산 방법(생산 소재지 기준)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면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유럽 지역 매출 비중은 전체의 0.8%로 상당히 낮다. 하지만 이는 생산기지 기준 매출로 국내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국내 매출 비중이 90% 이상 나온 경우다. 실제 유럽 선사의 발주 물량이 많아 유럽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다.

제조업 중 세트와 부품 업종의 차이에서 나오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휴대폰, TV, 가전 등 세트와 반도체, LCD 등 부품의 영향이 다르고, 현대 기아차 등 완성품 업체와 현대모비스나 LG디스플레이 등 부품업체들의 영향이 다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폴란드 공장을 포함한 유럽 내 매출 비중은 전체의 7.7%로 적지만 중국에서의 매출은 68.3%다.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 세트업체에 납품하면 이 제품들이 유럽 지역에 팔리게 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출하거나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중국 세트 업체의 제품에 탑재하고 유럽 지역으로 수출하는데 이런 세트의 수요가 감소하면 외형적으로 유럽으로의 직접 수출 비중은 크게 줄지 않지만, 한국산 부품을 탑재한 중국산 제품의 유럽판매가 줄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중간재로 중국을 거쳐서 수출되는 물량의 경우 유럽 비중으로 잡히지 않지만, 유럽 시장이 침체되면 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환율의 영향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국내 수출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러및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가 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에게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반드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A 기업 관계자는 "거래되는 통화 기준으로 유로가 25%, 달러가 40%이고, 나머지는 각 신흥국 통화인데, 대부분 달러는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손익에 큰 차이가 없다"며 "우리 입장에선 달러 약세에 유로화가 강세가 되고, 다른 신흥국의 통화가 우리보다 강세일데 최고의 이익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각국 통화간 가치차이를 감안할 때 현재의 달러 및 엔화 강세에 유로화 약세,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 가치 하락심화는 결코 우리 수출 기업에 유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이번 브렉시트는 향후 진행될 변화를 예측할 수 없어 어떤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하기는 힘든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가장 큰 걱정꺼리는 '남들이 걱정하는 것'이다"라며 심리적 동요를 우려했다.

이 임원은 유럽의 다른 부자국가들까지 걱정이 심화돼 EU를 탈퇴한다든지, 소비심리 위축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어떤 예측도 의미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