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없다면 올해 성장률 2%중반으로 추락"

정부가 추경을 포함한 20조원 이상의 재정보강 패키지와 노후차 교체지원 등 고강도 부양책을 마련한 것은 국내경제 회복이 더딘가운데 구조조정과 브렉시트 등 대내외 악재마저 겹치며 하반기 경기후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당초 예상보다 국내 경기와 세계경제는 악화일로다. 1분기 내수위축과 수출부진으로 성장률이 전기대비 0.5%에 머물렀고 수출은 통계사상 최장인 1개월째 마이너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3.6%에서 3.2%로 하향됐는데 특히 교역량은 4.1%에서 3.1%로 낮춰져 성장률에도 못미칠 정도로 수출여건은 좋지못하다. 수출부진 장기화는 제조업 고용에도 영향을 미쳐 취업자 증가폭은 두달연속 20만명대로 둔화됐다. 구조조정발 실업대란까지 맞물림에따라 고용률 70%목표는 물건너가게됐다.

여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결정 즉 브렉시트는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다. 하반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소비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고용과 투자, 생산위축이 불가피하다. 우려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적극적 재정보강과 소비·투자·수출 활력제고 방안을 제시한 것도 성장과 일자리의 하방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이번 대책의 핵심인 추경은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을 통해 10조원 규모로 편성한다. 이는 일각에서 요구한 20~30조 규모 '슈퍼추경'보다 작은 맞춤형 추경이다. 기타 기금조정과 공기업 투자, 정책자금 등을 포함하면 20조원 규모 패키지다.
정부는 20조 재정보강 패키지가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2~0.3%포인트 제고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당초 3.1%에서 2.8%로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재정보강이 없다면 올해 성장률이 2%중반으로 추락하는게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내 경제연구원들이 제시한 2.4%~2.6%의 낮은 성장률 전망치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추경편성에 부정적이던 유일호 부총리가 이달 들어 야당의 경제실정론과 누리과정 예산편성 등 정치쟁점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경편성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확충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은 편성하고 특히 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과 지역경제 위축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재원투입 분야와 배분은 향후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결정할 계획이며 이르면 내달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나라빚인 적자국채 발행없이 초과세수와 지난해 세입에서 넘어온 세계잉여금만으로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인 국가채무를 의식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채발행을 통한 추경은 안된다"는 더민주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초과세수중 일부를 국채상환에 사용하기로 한 것은 국가재정법의 규정을 최소한 준수하기위한 조치다.

올해는 세수 여건이 좋아 재원자체는 문제가 없다. 1분기까지 걷힌 세금은 96조 9000억원으로 세수진도율(목표대비 걷힌 세금)이 43.5%에 달한다. 액수로만 보면 지난해보다 18조원이 더걷혔다.

다만 초과세수는 추경에 담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다. 여전히 미확정된 세수인데 하반기 대내외 돌발변수로 세수여건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초과세수가 얼마나 될지는 6월까지 세수진도를 봐야하나 10조원은 가능하다고 보며 세수결손 사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것은 신속히 국회의 벽을 넘는 것이다. 본예산과 달리 추경은 신속하게 집행되지않으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일단 브렉시트 충격으로 국회에서도 추경편성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야권은 누리과정 예산의 추경 포함을 요구하고 있어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당은 누리과정 사업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실정론도 부각될 전망이다. 이번 추경은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다.

2013년에는 경기침체와 세수결손으로 17조 3000억원이, 지난해에는 메르스(중동흐흡기증후군) 여파로 11조 6000억원이 편성됐다. 지난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팀이 ‘41조원+α’의 재정정책으로 추경에 버금가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을 포함하면 사실상 매년 재정보강으로 경기를 살려온 셈이다.

일각에서는 추경편성이 불가항력의 사건으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지나치게 과장한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추경을 통한 인위적인 성장률 제고는 땜질식 대응에 불과할뿐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더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는 "10조원 정도인 초과세수를 추경에 담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추경은 특정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만큼 본예산과 달리 타이밍이 중요하며 국회에서 조속회 통과해 효과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과 관련 대체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규모가 작아 경기회복세를 단기간에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 편성규모가 최소 11조5000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적었다”며 “좀 더 많았다면 효과가 컸을테지만 이 정도라도 제대로 잘 사용하면 수요진작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내외 경제환경 고려하면 추경편성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규모가 생각보다 적어 정부가 목표로 한 2.8% 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잦은 추경에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경 편성이 수요진작 효과는 있겠지만 매년 추경을 되풀이하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져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려고 지출을 늘리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향후 불안요인을 감안할 때 별도의 국채 발행 없이 추경 편성을 구상한 것은 다행스럽다”면서도 “다만 증세논란을 피하기 위해 매년 장및빛 경제전망으로 세수를 과도하게 높게 잡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