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주재 국내기업들, 환율에 울고 관세에 또 울고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영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난감한 표정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국에 생산 공장이 없고 EU(유럽연합)과의 교역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 많아서다.

28일 코트라 런던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對)영국 수출은 약 74억달러로 2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과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상호 교역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2013년 11월 한·영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양국 간 무역 및 투자를 2배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파운드 가치가 급락하고 영국과의 관세가 부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무역 증대 노력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영국에서 한국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 유럽 전역에 보급하고 있는 A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은 "파운드의 약세는 사업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라며 "향후 1~2년간은 파운드와 유로화 모두 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수익성을 어떻게 보전할지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영국이 EU에서 공식 탈퇴하면 한국과 EU가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을 적용할 수 없어 한국-영국 관세가 되살아나고, 영국과 EU 간의 관세가 부활하면 영국을 유럽 시장의 교두보로 활용했던 기업들의 정책도 재점검돼야 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영국에 주둔하고 있는 31개사 중 71%가 브렉시트는 자사 영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 65%가 한국과 영국의 양자 FTA가 체결되지 않으면 2년 이상 영업을 견디기 힘들 것이며 일부 산업에서는 터키, 체코산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 1년도 버티 수 없다고 밝혔다.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을 예상한 기업들은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 업종이 50%로 가장 많았으며, IT·전자가 19%, 화학업종이 13%를 차지했다. 물류기업인 B사 영국법인 임원은 "영국 관세가 되살아나면 기업의 현금 흐름이 악화된다"며 "영국과 EU의 통관 절차가 되살아나게 될 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EU와의 관계에서도 영국산 중간재에 대한 원산지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결정해야 한다.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업의 고민도 깊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영국에 지사를 두고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대출 무 등을 맡아왔다. 현대·기아차가 체코, 슬로바키아에서 공장을 세울 때 필요한 자금을 영국 지사가 빌려주는 것이다. EU 간에는 자본 교류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영국은 금융시장의 중심지인데다 국제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영국을 떠나기도 쉽지는 않다. C 은행 영국법인 팀장은 "영국과 EU의 무역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