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저금리시대… 연금 수익률 높이려면

저금리,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노후준비 자금인 연금자산의 수익률 제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퇴직연금의 경우 확정급여형(DB)은 원리금보장상품 투자비중이 96%로 압도적이다. 연금자산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무조건 확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금리가 2%대 초반(DB 2.19%, DC 2.21%, '15년말 기준)에 불과하고, 더욱이 올해는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1%대 진입이 확실시돼 확정금리 상품이 더 이상 안정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확정기여형(DC) 조차도 실적배당형상품 투자비중이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확정급여형(DC)은 가입자 스스로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을 위해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일반인이 상품을 잘 모를 뿐더러 안다 하더라도 상품교체에 자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최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브렉시트(Brexit)가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금융환경 하에서는 시의적절하게 투자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운용 시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전문가가 엄선한 투자상품이나 투자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도 있고, 직접 전문가로부터 투자자문을 받을 수도 있다.


우선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고 교체시기를 잡기 어려운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가 글로벌 자산배분에 근거해 성과가 우수한 다양한 펀드를 편입하고 정기적으로 부진펀드를 교체하면서 수익률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퇴직연금 전용 '재간접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조만간 법개정을 통해 전문가가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자산배분을 해주는 '퇴직연금랩'이 활성화 될 경우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최근 첫선을 보인 '타겟데이트펀드(TDF)'에 관심을 가져보자. '타겟데이트펀드'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겟데이트(target date)로 정하고 은퇴시점을 기준으로 사전에 정한 생애주기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편입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자산배분펀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디폴트옵션제도가 도입될 경우 확정기여형(DC) 연금자산운용에서 '타겟데이트펀드'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화된 온라인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해 시장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일정수준의 비용을 지불한 거액 자산가에게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는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조합해 연 5% 정도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추구하는 온라인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절세, 연금, 은퇴계획 등 은퇴자산관리 전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빅데이터 축적, 시스템 개발 등 인프라가 확충되고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상품이 보다 다양화될 경우 로보어드바이저가 은퇴자산관리 서비스의 유용한 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자산의 운용은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 하는 힘든 게임이다. 불확실성에 대응해 운용 목표에 부합하는 최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확정금리 상품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냉철하지 못한 스스로의 투자판단으로 낭패를 당하지 말고, 전문가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