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에 관대한 사회

/사진=네이버 영화 홈페이지

최근 보도를 보면 이처럼 식당이나 식품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이물 발견을 빌미로 금전을 갈취하다가 적발된 소위 '식파라치'들에 대한 것이 자주 보인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반영된 영화가 바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영화속에서 백윤식은 '두루마리 화장지의 길이를 자로 잰 뒤 정량보다 1cm라도 짧으면 업체를 고발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수백 개의 과자를 세밀히 절단한 뒤 초콜릿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찾아내 항의하면서' 업체를 고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아낸 금품으로 생계를 해결한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블랙컨슈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는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교통사고가 나면 목부터 잡고 나가서 큰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도 이미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의식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식당에서 제공된 음식에서 이물이 발견되거나 구매한 식품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일단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목소리를 높여 영업자에게 따지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다.

사실 블랙컨슈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상이 바로 식품일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조리나 제조과정중에 이물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시시비비를 가려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목소리 큰 사람인 소비자가 우기면 대부분의 영업자들은 소란을 피하거나 논란이 되지 않도록 블랙컨슈머가 원하는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식품위생법에서 이물의 발견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자에 대해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조항이 있지만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물론 간혹 범행이 적발되어 공갈죄 등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렇게 처벌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영업자나 소비자 모두가 알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고 그저 논란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게다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식파라치에 대한 포상금을 지급한 것도 식파라치 양성에 큰 몫을 했다.


형법에서 제350조의 공갈죄는 사람을 공갈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정도로 매우 중한 범죄다. 영업자의 경우 이물이 발견될 경우 전과자가 되거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이보다 해당 영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알고 있는 일부 악의적인 소비자가 입증이 어려운 이물 등의 문제로 영업자를 공갈하고 있다. 관할 행정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위생법의 한계로 수사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결국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서 더욱 적극적인 예방을 위한 선례가 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해야만 근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는 식품영양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식의약 관련 사건을 주요 분야로 삼아 일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식품과 의약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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