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벽' 덕분에 웃는 석고보드

'움직이는 벽'인 가변형 벽체 덕분에 석고보드 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정부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튼튼한 주택 건설을 위해 가변형 벽체 적용을 의무화하면서 이에 적합한 석고보드의 수요가 대폭 늘어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로 석고보드가 팔려 나가나는 통에 물량 확보를 위한 대리점 등 유통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29일 통계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500억원이던 국내 석고보드 시장규모는 2011년 4000억원, 지난해 43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석고보드는 소석고를 주원료로 해 얇은 판 모양으로 굳힌 건축용 자재로 실내 공간을 나누기 위한 가벽이나 천정의 바탕재로 많이 쓰인다.

국내 석고보드 시장의 성장세는 정부가 1000가구 이상 신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2014년 말부터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를 의무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수명 주택은 한번 지으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을 뜻한다. 철거 후 재건축 등에 따른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내부 구조를 쉽게 변경하고 고쳐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석고보드는 이에 적합한 대표 건자재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짓는 아파트 대부분이 사용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벽체를 시공한다"며 "이와 비례해 석고보드의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석고보드 수요가 갑작스레 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석고보드를 직접 생산하는 곳은 KCC와 보랄석고보드 단 두 곳뿐이다.

서울 영등포의 한 건축·인테리어 대리점주는 "석고보드 생산업체에 발주를 넣어도 대기물량이 밀려 있어 실제로 공급받기까지 한참 걸린다"며 "올 초 아파트용 위주로 나타났던 가파른 수요 증가세가 최근엔 상업용까지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급증한 석고보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건축자재업체들은 하나둘 공장 증설에 나선 모습이다.

KCC는 충남 서산 대죽석고보드 공장에 3호기를 신설키로 결정하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공장에서는 내년 말부터 석고보드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보랄석고보드는 충남 당진 공장 증설에 나서 현재 연간 7000만㎡ 규모의 생산능력을 1억㎡로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석고보드를 유통만 해온 벽산은 충남 홍성에 연간 1억㎡의 석고보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에서 가변형 벽체 적용이 보편화되면서 앞으로 석고보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관련 수요를 잡기 위한 건자재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