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기업들, 브렉시트 우려에 '패닉'…"투자·고용 없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영국 기업들이 불안의 늪에 빠졌다. 유명 기업들은 당장 수익성 악화를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 전반적으로도 브렉시트 공포에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저가항공사 이지제트는 당장 회계연도 3분기(6월 종료) 실적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체 폭스톤스그룹 역시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줄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 결과로 파운드화가 폭락한데다 영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짙어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영국 주식시장에서 이지제트와 폭스톤스의 주가는 모두 23% 가까이 급락했다. 브리시티에어웨이의 모회사인 ICAG도 수익 감소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가 16% 이상 떨어졌다.

국민투표 전까지만 해도 영국 기업들은 브렉시트 발생 가능성을 낮게 봤다. 폭스톤스그룹의 경우 잔류 예측을 토대로 런던 부동산매매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브렉시트가 현실로 다가오자 기업들은 서둘러 기존 사업 계획을 접거나 수정하고 대신 방어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영국 관리자협회(IoD)가 영국 기업 1000곳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이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전체의 4분의 1이 현 수준 동결을 답했고 5%는 아예 감원 의사까지 밝혔다.


사업 일부를 영국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기업도 전체의 22%에 이른다. 현 상황에서 영국내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CEO(최고경영자)는 "내년 새 항공기 50대가 들어오지만 이중 영국에 배치될 기체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모든 성장의 중심축을 EU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부동산업계는 이미 국민투표 이전부터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흔들렸다. WSJ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이달 초부터 올여름 영국 주택가격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이제는 영국 전 지역에서 가격 하락과 매매 감소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이번 투표 결과는 부동산 가격과 매매 규모 모두에 확실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비관에 빠진 것은 아니다. 소비재 및 제약업체, 대형 석유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거나 반대로 수혜가 예쌍되고 있다. 영국 및 유럽 바깥지역 매출 비중이 높아 파운드·유로화 약세로 인한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니레버와 레킷벤키저그룹 등 소비재 유통업체는 주가가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유럽에 기반을 둔 식음류업체 다농과 네슬레는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주가가 상승했다. RBC캐피탈마켓의 제임스 에드워드 존스 연구원은 "이들에게 영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기에 성장 둔화 및 통화절하 여파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WSJ는 대형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석유업체 로열더치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도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파운드화 약세에 웃는 기업도 있다. 주류업체 디아지오의 경우 자사 스카치위스키가 모두 영국 안에서 생산되지만 판매는 대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파운드화 약세는 디아지오의 실적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담배업체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임페리얼브랜드 등도 파운드화 급락에도 꾸준한 매출이 예상된다. 담배는 경기불황에도 재량소비가 가능한 품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도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파운드화 급락으로 그만큼 주택가치도 떨어져 해외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체 존테일러의 데이비드 에덤스 대표는 브렉시트 투표 이후 3일 동안 맺은 주택매매 구두계약 규모만 5000만파운드 수준으로 올초 이후 맺었던 계약 규모를 웃돌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