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규제…지방엔 '재앙', 강남은 '글쎄'

서울의 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사진=머니투데이DB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규제에서 비켜서 있던 중도금대출(집단대출)까지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기존주택 거래시장에 이어 분양시장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서울 강남 재건축, 부산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일부 분양시장을 진정시키는 계기는 될 수 있겠지만 기존주택 거래는 물론 청약 수요까지 바닥을 기고 있는 지방을 비롯한 여타 시장에는 진정이 아닌 급랭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집단대출 조건은 한층 깐깐해진다. 이전까지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별도의 제한이 없던 중도금 대출 보증 횟수와 금액에 제한이 생긴다. 보증 횟수는 동일인당 2회(분양가격 9억원 이하 주택 대상)로 제한되고 보증 금액도 수도권과 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을 넘길 수 없다. 다운계약서 작성, '떴다방' 운영과 같은 불법적인 분양권 거래에 대한 점검도 강화된다.

◇강남 재건축 열기 식을까

이번 대출 규제에 가장 민감한 지역은 서울 강남권이다. 실제 이번 조치는 3.3㎡당 분양가가 4000만~5000만원을 넘나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의 정점을 찍은 개포주공3단지(디에이치아너즈힐)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 70가구 전체의 분양가가 대출보증 상한선인 9억원을 넘는다. 반포 자이나 래미안 블레스티지 등 최근 개포동이나 반포동에서 분양에 나선 재건축 단지들은 소형 평형대라도 분양가가 11억~13억원에 육박한다.

이에 건설업체들은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달 초 디에이치아너힐즈 분양이 예정된 현대건설은 HUG 집단대출 보증이 불가능해진 만큼 시공사 연대보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강남권, 경기 과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등 분양가가 급등하고 있는 지역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며 "보증 횟수와 금액을 제한하면 다량의 분양권을 마구 사들여 가격을 왜곡시키는 시장 교란행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하지만 HUG 대출 보증을 받기가 까다로워지면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분양권 투자는 물론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의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같은 단지 안에서 대출 비용 부담이 달라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같은 단지라도 주택형에 따라 분양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형인 A주택형의 분양가가 8억원, 중대형인 B주택형의 분양가가 10억원이라면 B주택형을 분양받은 분양계약자는 HUG 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고 개인신용 보증이나 건설사 연대보증을 통해야 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부담이 불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국토부 관계자는 "9억원 넘는 주택형이 있을 경우, 건설업체가 아예 전체 중도금 대출을 연대보증으로 묶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9억원 이하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집단대출 규제 실효성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개포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규제한다고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을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껏 달아오른 분양권 거래 열기를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래미안 블레스티지 역시 집단대출 규제 대상이다. 이 아파트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000만원선으로 소형을 분양받아도 총 분양가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방 부동산시장에는 재앙

이미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이번 중도금 대출 규제가 추가적인 거래 감소와 함께 청약 실종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1인당 보증 횟수를 제한할 경우, 투자 목적의 분양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기존 미분양 해소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심리 위축이 문제다. 상대적으로 신규 분양 매력이 떨어지는 지방의 경우, 대출 규제가 수요자 유입을 재차 가로막을 수 있어서다. 수요가 감소할 경우,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분양 연기를 비롯한 공급 조절이 불가피해진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들고 시장 활기가 사라지는 급랭 국면이 오는 것.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지방은 기존주택 거래시장뿐만 아니라 분양시장까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심리 위축 요인이 더해질 경우, 상황이 최악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중도금 대출 규제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분양시장의 공급·거래 과열 양상은 누그러뜨릴 수 있겠지만 이미 미분양 상태에 빠져 있는 지방 분양시장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지역별, 입지별로 거래 양상이 확연히 차이 나는 양극화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