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 "英, 이혼서류부터 내라"vs 英 "건설적 이혼" '시각차'

EU 정상들은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탈퇴를 선언한 영국을 향해 일제히 독설을 쏟아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EU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는 28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담을 열고 브렉시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27개국 정상들은 29일에 별도 회의를 열어 추가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영국이 EU에서 ‘왕따’를 당한 셈이다.


◇ EU 정상들, 英 “입장 빨리 밝혀라” 촉구… 냉정한 협상 경고
포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열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연방의회(분데스탁) 연설에서 "우리는 체리피킹 원칙이 협상에 적용되지 않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U에 속하고 싶어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에는 감지할 수 있는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나온 발언들 중 가장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전날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EU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하고 영국민의 거주 이전과 노동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새로운 영국과 EU 관계를 만들겠다는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열린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관련 사항들을 처음으로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공식 탈퇴 선언 이전에는 협상 세부사항과 관련해 사전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유럽은 오늘이라도 이혼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영국으로부터 공식 탈퇴 통보 없이는 이혼 절차나 우리의 미래 관계에 대한 어떤 협상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탈퇴 통보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채 협상에 돌입할 경우 다시 EU에 잔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완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영국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명확히 하기를 촉구한다”며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담 참석 직전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위한 절차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英 ‘건설적인 이혼’ 추진… 반응 냉담
반면 영국은 ‘건설적인 이혼’을 주장하며 EU 탈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우리는 EU를 떠나지만 유럽에 등을 돌리지는 말아야 한다”며 “유럽 국가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이고, 동맹국이자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은 통상과 상호협력, 안보 문제에서 유럽 국가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물론 유럽 국가들에게도 이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캐머런 총리는 이날 EU 정상들과의 만찬 회동 이후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반면 나머지 27개 회원국은 29일에 비공식 회동을 갖고 브렉시트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오는 9월에도 영국을 제외한 채 차기 EU 의장국인 슬로바키아에서 특별회담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