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공약, 강남의 '경남 기숙사' 건립 '제동'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서울 자곡동 경남 기숙사 건립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는 애초 도서관 부지 전용 용도였기 때문에 기숙사 용도로 허용해도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는지 등에 대한 검토를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인근 주민들은 "기숙사 대신 도서관을 지어달라"며 반발하고 있어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30일 서울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난 22일 강남구 자곡동 632번지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보류시켰다. 변경안에는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5층 이하에서 6층 이하로 완화하고 도서관 외에 기숙사와 1종 근린생활시설 건축 용도를 추가했다.


서울강남공공주택지구 내에 있는 이 부지는 면적 4479.8㎡로 주민들을 위해 도서관을 짓기 위한 자리였다. 홍 지사가 지난해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경남도민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을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이 토지를 매입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경상남도는 토지를 매입해 기숙사를 짓는 대신 주민들을 위한 1056㎡(320평) 규모의 도서관을 무상으로 지어주기로 강남구와 협의했다.

인근 주민들은 "원안대로 강남구가 부지를 매입해 도서관을 지어달라"며 기숙사 건립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주민 3000여명은 지난달 용도 변경 반대 의견서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등에 제출했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용도 변경 심의를 일단 미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보금자리 지구 내에 도서관 수요를 파악해 적정한 도서관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며 "용도를 바꿔도 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다음 달 중순경에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다시 올린다는 계획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인구 수 대비 도서관 규모를 따졌을 때 새로 지어지는 도서관(1056㎡)과 기존에 학교와 아파트 단지 도서관 등을 포함하면 충분한 규모"라며 기존입장을 유지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이 제안한 커뮤니티 시설 입점에 대해서는 경상남도청과 의논 중"이라며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 바로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남구는 자체적으로 도서관 건립이 어려운 이유를 재원 부족으로 돌렸다. 재원이 부족한 배경에 대해서는 서울시로 원망의 화살을 보냈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산세 공동과세를 하면서 재산세 부담이 몇 배로 뛰었다"면서 "강남구의 재정 자립 상황이 좋지 않은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자곡동 래미안 강남힐즈 한 입주민은 "복지시설 건립에 예산의 50% 이상을 사용하는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강남구는 40%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재원이 없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핑계"라고 맞섰다. 기숙사 건립이 추진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