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 노스케이프 대신 와일드로즈 키운다…아웃도어 '선택과 집중'

패션그룹 형지의 아웃도어브랜드 노스케이프(왼쪽)와 와일드로즈(오른쪽) 화보/사진=브랜드 홈페이지

패션그룹 형지가 장기화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 불황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자사에서 전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 사업을 축소하고 브랜드 차별성을 갖춘 '와일드 로즈'에 힘을 싣기로 했다.

29일 패션그룹 형지는 노스케이프의 오프라인 매장을 순차적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여전히 침체기인 데다가 자사에서 전개하는 또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인 와일드 로즈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형지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70여개 노스케이프 오프라인 매장을 순차적으로 철수할 계획"이라며 "해당 매장을 와일드 로즈 매장으로 변경할지, 형지 그룹 소속 타 브랜드 매장으로 변경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매장 점주들과 논의 후 결정할 사안이며 현재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형지 측은 노스케이프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스케이프는 여전히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제품 판매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며 "온라인 채널이나 기타 다른 효율적인 유통 채널을 통해 전개하는 쪽으로 모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노스케이프는 아웃도어 성황기인 2012년 북유럽 감성 아웃도어 콘셉트를 내세워 론칭한 브랜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듬해에 100호점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아웃도어 시장 포화 상태가 겹쳐지면서 호황을 누리던 고가 브랜드조차 맥을 못추기 시작했고 노스케이프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100개가 넘었던 매장은 현재 70여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애슬레저룩 트렌드와 스포츠 대중화 등의 패션계 흐름과 격차가 있는 전문적인 아이템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도 영향을 받았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좋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면서 아웃도어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살로몬, 잭울프스킨, EXR, 휠라아웃도어 등 최근 2년 사이에 국내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대폭 철수한 브랜드만 10개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상태까지 갔던 아웃도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브랜드들이 정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며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고가 브랜드와 혁신적인 가격의 저가 브랜드 외에 중위권 브랜드들은 계속 이탈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쌓인 재고를 처리하고 현금 흐름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뚜렷하게 세우고 이를 얼마다 굳건하게 지켜가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