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팽팽 전월세상한제, 전세난 '특효약'일까

지난해 9월 개최된 '서울시 전월세시장 토론회' / 사진 = 뉴스1

전월세상한제가 전세난을 잡을 수 있는 특효약이 될 수 있을까. 전·월셋값 상승폭을 일정수준 이하로 묶는 전월세상한제가 또 다시 주거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대야소였던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전월세상한제를 여소야대인 20대 국회 야당의원들이 적극 추진하면서 일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제도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달 초 김상희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주거복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박영선, 윤후덕, 정성호 의원 등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에게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제도도입에 부정적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 도입보다는 주거안정을 위해 시장친화적으로 주택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전월세상한제의 효과를 놓고 벌이는 논란은 수년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선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전세가격이 최대 10%까지 오를 것이란 국토교통부의 연구 결과가 나지만 야당은 초기 임대료 상승이 이뤄지더라도 향후 4년간 제한을 받기 때문에 안정화 될 것이라고 해석,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는데 도입 찬성론자들은 지금의 정부 정책으로는 전월세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시장 자율에 맡기기에는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다고 인식한다.

반대론자들은 상승폭을 정해놓는 것이 기본적으로 반 시장적이며 오히려 단기적으로 전세금 급등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과적으로 세입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세입자와 집주인들도 각자의 각자의 상황에 유리한 논리를 편다. 일선에 있는 중개업자들의 견해도 제각각인데 서울 송파구 J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상한제가 도입되기 전에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것이고 상한선이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노원구의 G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지나치게 높으면 거래가 뜸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인상폭이 정해져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거래가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전월세상한제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고 각각의 논리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은 만큼 계약갱신청구권을 우선 시행해 시장의 반응을 지켜본 뒤 전월세상한제 도입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월세상한제의 장점과 부작용 모두 맞는 부분이 있다"면서 "효과에 대해 소모적 논쟁이 되풀이되는 만큼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뒤 전월세상한제 도입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