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사실상 사퇴, 정부 후임자 물색 착수

홍기택 AIIB 부총재

정부가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돌연 휴직에 들어간 홍 부총재가 사실상 사퇴한 것으로 보고 국내 후보 인선에 착수한 것이다.


29일 국회와 관련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현직 국제금융국 출신 관료들 가운데 홍 부총재를 대신할 후보자 검증에 들어갔다.
머니투데이 6월29일자 1면 참조: [단독] 홍기택 AIIB 부총재 돌연 휴직신청…사퇴수순?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홍 부총재가 사표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그만둔 것으로 보고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새로 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맡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홍 부총재의 사퇴를 시사했다.

그는 홍 부총재가 AIIB에서 리스크관리 최고책임자(CRO) 역할을 맡고 있는데, 기재부는 이 직책을 공석인 상태로 장기간 놔둘 수 없다는 게 중국 측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안팎에선 최희남 세계은행 이사(행시 29회, 전 국제금융관리관)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최 이사는 지난해 AIIB 설립 초기부터 한국의 부총재 수임을 위해 물밑 작업을 벌였다.


국제기구 경험도 많고, AIIB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정부에서 ADB(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 자리에 한국인을 보내려고 했을때, 최 이사가 후보자였다.

국제통인 김익주 전 국제금융센터 원장(행시 26회) 이름도 나온다. 김 원장은 재정경제부 시절부터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국제금융국장 등을 역임한 국제금융 전문가다.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3년 동안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종구 서울보증보험 사장(행시 25회)과 허경욱 전 OECD대사(행시 22회)도 거론된다.

이들 모두 국제금융 업무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실무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현직 중에선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행시 31회)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자리로 승진한 지 4개월 밖에 안됐지만, 이번 홍 부총재 휴직 사태 등으로 실추된 한국의 위상을 제자리에 올려놓기 위해선 송 차관보가 직접 부총재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AIIB가 한국에 다시 부총재직을 줄 것이냐는 것이다. 부총재 직책이 한국에 할당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이번 홍 부총재 휴직 사건으로 국가 위신에 상처가 났는데, 우리에게 다시 맡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유 부총리도 이날 국회 답변 과정에서 부총재 자리가 우리나라에 자동으로 할당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부총재는 AIIB에서 정하는 게 맞고, 납입 지분에 따라 지분이 많은 쪽이 권리처럼 얘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쥔리친 AIIB 총재가 나중에 새로 한 사람 뽑겠다고 했을 때 꼭 한국 사람이 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