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파운드·엔 요동…누가 웃고 울었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계기로 영국 파운드와 일본의 엔, 유로 등의 각국 화폐 가치(환율)이 요동을 쳤다. 이에 따라 관련 투자자들과 해당 산업 종사자, 관련 기업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우선 브렉시트의 진원지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건 파운드화였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운드 급락이 누군가에겐 이득이, 누군가에겐 손해가 됐다며 득실 현황을 분석했다.

파운드 급락의 혜택을 본 쪽에선 영국 수출업자들과 여행업계, 헤지펀드, FTSE100(영국 런던증시 주요지수)에 포함된 상장 기업이 꼽혔다.

통상 화폐 가치 하락은 수출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인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 절하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운드 급락으로 영국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경쟁력이 높아진 셈이다.

파운드 하락은 해외 여행객들에게 영국을 찾게끔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영국 여행 비용에 대한 부담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수혜 대상은 호텔이나 식당, 그외 여가 관련 기업들이다.

시장 변동성이 높을수록 수익을 얻는 단타 매매자와 헤지펀드도 이번 브렉시트로 인한 파운드 급락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브렉시트 확정 당일인 24일 화폐 스팟 트레이딩 규모는 2580억달러로 평상시 평균 거래량인 940억달러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세가 두드러졌던 주식 시장에서도 해외 수입이 많은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돼줬다. FTSE100 기업 중 제약회사나 광산업체, 에너지 기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파운드 급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언급된 쪽은 영국 경제와 은행, 영국 소기업, 운전기사, 건설업체, 엔·유로 등이다.

영국 경제의 경우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화폐 하락과 함께 영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영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파운드 급락이 은행 수익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관측 때문에 은행 주가도 폭락했다. 실제 영국 은행들의 주가는 국민투표 이후 10%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대기업에 비해 소규모 기업이 파운드 급락에 따른 피해를 더 크게 입었다. 수입품의 가격 변동성을 다룰 여력이 소기업에겐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국이 주요 원유 수입국이라는 측면에서 파운드 급락과 달러 상승은 석유 가격 상승을 야기했고 이는 그동안 낮은 유가에 부담을 덜었던 운전기사들의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주택 구매자들이 거래를 속속 취소하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주택 건설업체에 타격을 줬다. 향후 암울한 시장 전망으로 인해 주택 건설업체들 주가가 하락한 게 이를 방증한다.

파운드 급락에 곧바로 영향받은 건 일본 엔화다. 가뜩이나 엔고(円高)로 고통받는 일본이 이번 브렉시트 사태에 적극 대응한 이유다. 파운드와 동반 하락한 유로의 경우 수출업자들에겐 희소식이지만 단일 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건 악재가 됐다.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1992년 파운드화 하락을 예견, 공격적인 베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경우 브렉시트로 인한 파운드 하락을 예견했으면서도 롱포지션을 취해 손해를 봤다.

다만 브렉시트 확정날인 24일 도이체방크 주식 700만주를 공매도 함으로써 손실을 만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로스 측 대변인은 "소로스가 세계 시장 전망과 관련해 주가 하락을 예상했었기 때문에 다른 투자에서 이득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30년만에 최저치를 찍었던 파운드화 가치는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투표 이후 24일, 27일 두 거래일 간 11%의 낙폭을 보였던 파운드는 28일 0.9% 회복했다. 이날 영란은행(BOE)은 31억파운드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