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뒷북만치다 논란키우는 경찰

강신명 경찰청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업무보고에서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이 여학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는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여학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단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 안팎이 떠들썩합니다. 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고 비행 청소년을 학교로 돌려보낸다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마당에, 경찰 내부 감시 기능은 번번이 거짓말에 뒷북만 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사태가 악화되다 보니 오늘(29일) 경찰청에선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명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당사자인 두 SPO가 사표를 쓴 경위부터, 부산지방경찰청과 경찰청 본청의 사건 파악 경위, 감찰 진행상황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미 사직서가 수리된 두 사람에 대한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하고 퇴직금 역시 환수 혹은 지급정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사건 설명을 위해 자리한 경찰청 감사담당이 "5일 연제경찰서 전 경장 정씨의 성관계 첩보를 보고받았으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 담당자는 "정씨가 이미 사직했고, 강압적인 성행위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이유를 들었습니다. "상대 여고생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자꾸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설명도 덧붙었습니다.

지금까지 사태를 만든 경찰 전체의 안일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입니다. 본인 스스로 이번 사건에서 감찰 대상이라고도 했습니다. 감찰 대상이 경찰청의 감찰계획을 밝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기자들의 질타에 오후에는 이철성 경찰청 차장이 다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강신명 경찰청장을 대신한 자리였습니다. 이 차장은 "이달 초 정씨 관련 첩보를 접수한 담당자 2명을 이번 감찰에서 배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찰대상이 감찰업무에 있다는 문제제기 뒤에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부인했습니다. 감찰 과정에서 감찰 담당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면 당연히 배제해야 한다는 점과 본청에서 감찰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를 제외하면 누구에게 맡길지 고려하다 결정이 늦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이날 오전 자리에서 '감찰대상'이 아닌 업무를 이어받은 담당자가 와서 설명했다면 쉽게 믿었겠지만, 글쎄요. 지난 25일 '감찰대상'으로부터 부산청 SPO의 성추문 보고를 받고 4일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그런 설명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경찰은 스스로 감찰할 수 있던 시점 곳곳에서 안일하게 대처했습니다. 일선서, 부산청, 본청에 이르기까지 "강압적이지 않았다"는 말만 듣고 사건을 가볍게 본 모양입니다. 형사처벌이 안되면 문제가 없는 게 아닌데 말이죠. 논란 이후에도 "보고받지 못했다"는 태도로 일관하다 거짓 논란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이철성 차장은 이날 자리에서 "저는 물론 청장까지 모두 감찰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말 그대로 위아래 다 살펴보겠다는 것인데, 감찰 결과를 발표할 때만큼은 부디 납득할만한 답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