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선진국 수준 늘리면 가계부채 30~50조원↓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br>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과 달리 개인 임대사업자 비중이 높아 집 값 상승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가계부채 총량을 더 늘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6년 6월말)에 따르면 현재 19% 정도인 우리나라 공공·기업임대주택 비중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인 40% 안팎으로 확대할 경우 가계부채 총량이 지금보다 30조~50조원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의 총임대주택 중 개인이 공급하는 비중은 2014년말 기준 81.0%로 미국(56.3%), 독일(64.1%) 등 주요국보다 상당히 높다. 반면 기업임대 비중은 6.7%로 20~40%인 선진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임대주택은 개인 임대사업자 위주로 이뤄져 이들의 차입이 늘면 가계부채 총량 증가로 이어진다”며 “임대가계의 레버리지(부채를 일으켜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 투자로 가계부채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나 전세값 인상을 감당하지 못한 가구들이 아예 빚을 내서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임대가구 중 순수 임대목적이 강한 자가임대·자가거주(다주택 보유) 금융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는 2012년 111조2000억원에서 2015년 143조4000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반면 같은기간 자가임대·임차거주가구 금융부채는 71조3000억원에서 58조1000억원으로 18.5%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다주택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가 105조5000억원으로 전체 73.5%를 차지했다. 순수 실거주 목적보다는 개인 임대사업자들이 주택매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더 의존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소득층과 고령층들이 임대가구 매입을 위해 금융부채를 많이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5분위 금융부채 비중은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의 경우 59.4%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45.6%)보다 13.8%포인트, 자가임대·임차거주가구(54.9%)보다 4.5%포인트 각각 높았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이 임대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령별로도 50대 이상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 비중이 62.9%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50.4%) 및 자가임대·임차거주가구(47.9%)를 크게 상회했다.

금융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비중은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가 54.3%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42.2%)와 비교해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총자산을 감안할 때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 채무상환 능력은 양호하나 자산이 실물자산 위주로 이뤄져 있어 향후 부동산가격 하락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임대수익을 통한 가계의 부동산 투자수요가 늘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 활성화를 통해 주택임대시장 구조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