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 보다 '스프 통조림'에서 비스페놀 더 검출

통조림 종류에 따라 체내 BPA 검출량이 다름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연구와 무관./사진=플리커

통조림 종류에 따라 비스페놀 A(이하 BPA) 검출량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PA는 주로 합성수지 원료·콤팩트디스크(CD)·식품저장용 캔 내부 코팅 재료 등으로 쓰이는 물질로 환경 호르몬의 일종이다.


CNN은 환경 연구 저널이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미국보건영양조사(NHANES) 연구진은 24시간 이내에 통조림을 섭취한 사람의 소변에 검출된 BPA 농도를 분석했다. 소변은 ‘BPA 검출량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美 전역에서 6살부터 노인에 이르는 7669명의 사람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통조림의 종류에 따라 소변에서 검출되는 BPA 농도가 상이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스프 통조림을 먹은 사람에게선 통조림을 아예 먹지 않은 사람보다 229% 높은 BPA 농도가 검출됐다. 캔 파스타의 경우 70%, 야채나 과일 통조림에선 41% 더 높은 농도의 BPA가 검출됐다.


같은 통조림끼리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실험에 참여한 제니퍼 하틀 스탠퍼드대 의대 박사는 “통조림의 가열 유무, 지방 함유량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차갑게 굳은 스프를 액체 상태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 데워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캔 내부 코팅재인 BPA가 스프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BPA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통조림 식재료의 화학적조합과 지방 함유량을 들 수 있다. BPA는 지방이나 지방 기름에 잘 녹는 지방친화성(lipophilic) 물질이기 때문이다.

스프 통조림을 먹은 사람에게선 통조림을 먹지 않은 사람보다 229% 높은 BPA 농도가 검출됐다. 사진은 연구 결과와 관련 없음./사진=플리커

또한 통조림 섭취량에 따라 검출되는 BPA 농도도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 통조림을 아예 섭취하지 않은 사람보다 통조림 1개를 먹은 사람의 소변에서 검출된 BPA 농도가 24% 더 높았다. 캔 2개 혹은 그 이상 먹은 사람은 비섭취자보다 농도가 54% 높았다. 하틀은 이에 대해 "통조림과 BPA의 관계가 규명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0년간 금속의 부식과 파손을 막고 내부의 식품을 보호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BPA의 유해성, 적정 검출량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하틀은 “BPA 노출은 당뇨, 비만, 심혈관 질환 등을 야기하며 신체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능한 포장되지 않은 신선 식품을 섭취해야 BPA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 비뇨, 생리 및 환경 보건 교수 게일 프린스는 “이번 실험 결과는 유의미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BPA 농도가 좌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말했다.

반면 북미금속포장동맹의 의장 존 로스트는 “미국 식품의약국뿐만 아니라 유럽식품안정청, 캐나다 보건부 등 주요 국가의 보건 당국은 현재 BPA 검출량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공언했다”며 “소비자들은 이런 실험결과에서 도출된 검출량이 매우 미미한 수준임을 알아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