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인하 압박에 백화점 업계 '고사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입점업체 판매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성장 절벽'에 부딪힌 백화점 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장기불황에 온라인쇼핑몰, 해외직구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로 '고사' 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백화점의 입점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입점업체의 매장이동 및 인테리어 비용 부담 완화 △판촉행사 관행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백화점과 중소 입점업체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가장 핵심적 조치인 판매수수료 인하를 백화점 업계의 '자율'에 맡겼다. 공정위는 "지난해 기준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7.9%이나 여성정장, 잡화 등 12개 상품군에서 40∼49%대 수수료율 적용하고 있다"며 "40% 이상의 높은 수수료는 각 백화점 업체의 사정에 맞게 자율 인하시키겠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판매수수료 인하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자율인하가 가능하도록 입점업체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절충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그러나 정부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영업에 미칠 충격과 파장을 우려했다.


A백화점 관계자는 "판매수수료는 백화점으로 모두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며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판매관리비로 전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유통채널의 다변화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백화점 업계는 매출은 떨어지고,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판매관리비는 증가했다"며 "수수료 인하로 백화점 주도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된다면 결국 전체적인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B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열악한 업계 현실에서는 부담이 큰 조치"라며 "가뜩이나 성장 둔화와 경쟁 격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다가 유통업계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9조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2015년에는 28조원대로 내려앉았다. 2014년, 2015년 매출이 각각 전년대비 -0.7%, -1.2% 역신장했다. 올 들어서는 1월에 9% 신장해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지난달 다시 -2.7% 역신장하는 등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기저효과가 기대됐던 지난달의 역신장 기록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소비심리와 실물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백화점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4~5월 누적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0%"라며 "이 수치가 현재 백화점 업계의 경기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로도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5130억원으로 14.8% 감소한데 이어 올 1분기도 1450억으로 1%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630억원으로 0.2% 감소했다. 신세계도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4%, 13% 감소하는 등 백화점 '빅3'마저 성장 절벽에 부딪혀 있다.

공정위가 정기세일 등 각종 할인행사 때도 판매수수료를 낮추라고 주문한데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C백화점 관계자는 "'365일 세일중'이라는 오명까지 얻으며 할인행사를 빈번히 했지만 판촉비 증가로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제는 수수료 인하 부담까지 생겨 세일을 할 수록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D백화점 관계자는 "판매수수료율이 높은 상품군으로 꼽히는 의류와 잡화는 온라인 쇼핑 증가 등으로 매출이 계속 줄어 백화점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며 "백화점이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낮지 않지만 막대한 고정비 투자 등 업계 입장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 백화점 주력 상품군인 잡화(-4.4%), 여성정장(-3.8%), 여성캐주얼(-5.9%), 남성의류(-5.9%), 아동스포츠(-7.8%) 매출이 평균 매출감소치(-2.7%)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