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후 年매출 1000억" 설빙, 디저트 선진국 日서 달린다

30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설빙 매장 앞 풍경. 오픈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30일 인파가 붐비는 일본 도쿄 하라주쿠 중심가. '코리안 디저트'를 표방하는 설빙이 일본에서 첫 매장을 열었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통하는 하라주쿠 대로변 2층에 자리한 설빙 매장 입구는 아침 9시부터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이들로 100m 가까운 긴 줄이 늘어섰다. 탁 트인 넓은 창 너머로 일본 3대 신궁인 '메이지 신궁'이 한 눈에 들어왔다. 매장 안쪽에는 한글 그대로 적은 브랜드명 '설빙'이 인테리어 곳곳에 자리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나카지마사라(中島 サラ,20세)씨는 "한국에 여행 갔을 때 먹어본 설빙이 너무 맛있었다며 "그래서 하라주쿠에 설빙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오픈날부터 친구들과 찾아왔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여전히 일품이다"고 말했다.

'인절미 빙수'로 빙수 열풍을 일으켰던 설빙이 디저트 원조격인 일본에 진출했다. 2013년부터 주요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일본 디저트 모시기에 나섰던 것을 떠올리면, 디저트 선진국인 일본으로의 역진출은 의미가 크다. 설빙의 해외 진출은 중국, 태국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설빙은 지난 3월 일본 현지 기업인 엠포리오(EMPORIO)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체결하며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설빙의 일본 1호점인 하라주쿠점. 설빙은 일본에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했다.

"작년 9월 한국에 왔다가 설빙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습니다. 혹시 배가 고파서 그랬나 싶어 다음날 밥을 먹고 또 먹어봤는데도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을 결심했습니다."

일본 엠포리오사의 스즈키 이치로(Suzuki ichiro)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와 만나 "우연히 맛본 설빙 빙수가 일본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보고 운영을 결심했다"며 "가루처럼 흩날리는 빙질에 반해서 직접 만져보기까지 했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에서는 2년 전부터 빙수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토종 브랜드 없이 망고 빙수로 유명한 대만의 '아이스 몬스터'가 그 인기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는 상황. 스즈키 이치로 대표는 한국의 설빙이 대만의 아이스몬스터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대패빙수인 대만의 '아이스 몬스터'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차갑기 때문에 성수기가 짧을 것"이라며 "반면 설빙은 부드럽게 녹아 사계절 디저트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떡이 겨울음식으로 통하는 일본 문화를 고려할 때 설빙의 인절미 빙수가 비수기에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즈키 이치로 일본 엠포리오 대표.

디저트 천국인 일본에서 설빙을 차별화하기 위한 포인트는 '한국'이다. '코리안 디저트'인만큼 한국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국 여행을 통해 설빙을 맛본 사람들이 많아 트위터에 관련 게시물이 3초에 하나씩 올라올 정도다. 따라서 일본 설빙에서는 한국 방식 그대로 빙수도 함께 나눠먹도록 개인접시를 제공하지 않는다. 구이집에 1인용 화로가 제공될 정도로 혼자 먹는데 익숙한 일본 문화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한국 설빙 입장에서도 디저트 선진국 일본에 역진출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다. 설빙 관계자는 "일본은 동남아 1위 시장으로, 디저트 시장 규모만 국내보다 10배 이상 크다"며 "설빙이 글로벌 브랜드가 되려면 디저트 강국인 일본에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디저트 선진국인 점을 감안해 빙수와 토스트를 제외한 음료, 기타 메뉴, 인테리어 등은 현지 개발도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에서 개발한 메뉴의 인기가 높을 경우 한국으로 역제안도 가능하다.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컵빙수 '설빙고'도 일본 설빙에서 먼저 도입된다. 테이크 아웃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꽃모양의 컵에 담긴 빙수를 사람들이 먹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한국에서는 7월 중순께 도입할 예정이다.

설빙은 이번 일본 1호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5개 매장을 추가 오픈하고, 2020년까지 50개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보고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위해 출점 속도를 늦췄다.

스즈키 이치로 대표는 "2~3년후 30호점을 낼 때까지는 품질 유지를 위해 직영점으로만 운영할 것"이라며 "한달 매출 월 3억원을 달성하고 3년뒤 연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