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H 실적전망]철강 "브렉시트 미·중 격돌로 한치앞 못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환율 변동 리스크, 미·중 철강전쟁으로 하반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POSCO (392,500원 ▼3,500 -0.88%)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계절적인 성수기인 2분기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후,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 실적을 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분기 연결기준 7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2014년 4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31,450원 ▼150 -0.47%) 역시 2분기에 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 2분기(4333억원)에 버금가는 성적표를 받아들 예정이다. 후판, 컬러강판 등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8,290원 0.00%)도 700억원 가량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철강 업체들의 2분기 실적 개선은 올초부터 철강재 가격 상승이 지속된 덕분이나, 이같은 '호실적'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브렉시트로 인해 환율 변동 리스크가 커진데다, 미·중 철강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미국 수출량을 줄이고 한국이나 동남아에 저가 철강재를 지금보다 더 많이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수출은 유리해지지만 원료(철광석) 수입 측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포스코는 수출 비중이 40%대로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예컨대 포스코는 르노닛산·피아트·푸조시트로엥·BMW·벤츠 등 유럽 자동차업체와 GM 등 미국 자동차업체에 강판을 공급한다. 현대제철의 수출 비중은 25% 가량으로 포스코보다는 낮다. 포스코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시장의 잠재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철강전쟁, 즉 미국 정부의 철강산업 보호주의로 인해 중국산 철강이 우리나라에 더 많이 들어올 공산도 크다.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는 오는 8월 열연 강판에 대한 관세율을 최종 결정한다. 예비판정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에 260% 안팎, 한국 업체들에 7.33% 관세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열연 강판에 260% 안팎의 관세율을 붙인다는 것은 미국땅에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 경우 남는 중국산 철강재는 한국이나 동남아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재를 종류별로 보면 하반기 전망이 혼재돼 있다. 철강 경기는 철강재가 건설, 자동차, 조선 등의 재료로 쓰이는 만큼 관련 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우선 철근 전망은 좋다. 철근 비중이 전체 제품중 20%를 넘는 현대제철은 "건설 경기가 하반기에도 좋을 것으로 보고 철근은 호경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절벽 등 조선 경기 악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조선용 후판 수요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자동차 경기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만 놓고 보면 작년 이맘때보다 덜 팔린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의 감산 기조 지속과 이로 인한 철강재 가격 상승은 올 하반기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올초 향후 5년간 총 1억5000만톤의 철강 설비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한해만 약 4500만톤의 철강 설비를 감축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감산이 지속되고 있어서 가격이 오르고 있고 국내 철강업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