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브렉시트,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촉발시켜"

조지 소로스. /사진=블룸버그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이 유사한 금융시장에 위기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로스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슬로모션으로 전개되고 있었지만 브렉시트가 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럽의 은행 시스템은 금융위기로부터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브렉시트로 인해) 이제 심각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불행히도 유로존 내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의견 차이 때문에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로스는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했고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EU 탈퇴를 지지했던 노동자들은 이제야 영국과 자신이 직면하게 될 암울한 미래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탈퇴 캠페인을 주도했던 이들까지 정직하지 못한 주장들을 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의 경제 회복 속도는 제한적인 금융정책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져 있었는데 이제는 임박한 경기침체와 씨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일한 해결책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경기대응적 정책을 쓸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독일 정책입안자들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또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8년 금융위기 발생 후 사용한 양적완화가 맞는 처방이라며 유럽은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 있다고 했다.

앞서 소로스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직전 브렉시트가 극적인 부작용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격히(달러 대비 최소 15%)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브렉시트 현실화 이후 파운드화 가치는 31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는 지난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영국 유권자들이 EU 탈퇴에 투표해 치를 진짜 비용을 극도로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브렉시트는 금융시장과 투자, 물가, 일자리 등에 즉각적이고 극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로스는 또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부채를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경제가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1990년대 초 파운드화 폭락에 베팅해 10억달러를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승승장구하던 파운드화는 폭락했고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