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완료' 이튿날 특조위, 곳곳에 빈자리

1일 파견 공무원 12명이 자리를 떠나면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사진=김주현 기자

"'소수정예' 1인팀이 되었네요. 제가 팀장이 됐나 봅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완료를 선언했다. 이튿날인 1일 오전 특조위 사무실 곳곳엔 빈 책상이 생겼다.


한 피해자지원점검과 조사관은 전날까지 팀원 5명이 함께 일했지만 하루 아침에 혼자가 됐다. 파견공무원 3명이 되돌아갔고, 별정직 공무원 1명은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뒀기 때문. 5인 팀이 한순간에 1인 체제가 돼버렸다.

이 조사관은 "인수인계서는 받았는데 정리가 안 된다"며 "5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하려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출근을 해보니 혼자 남았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고 했다.

다른 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무실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20여명 수준이던 조사과 1·2·3팀은 조사관 6명 정도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파견 공무원 29명 가운데 12명이 활동 완료와 함께 이전 부서로 돌아갔다. 정부가 파견하기로 한 공무원 47명 가운데 18명은 애초에 배치되지 않았다. 출범 당시부터 채워지지 않던 자리까지 사무실 빈자리는 30여곳에 달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돌아가지 않은 파견직도 17명 정도"라며 "이전 부서로부터 복귀 명령을 받지 못해 불만을 품은 직원도 있더라"고 말했다.

잔류한 특조위 관계자들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탓에 당장 7월 월급과 건물 임대료부터 문제다.

특조위 관계자는 "월급일과 임대료 납부일이 월말이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십시일반으로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출장비를 포함한 조사활동비도 개인적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일시적인 방편일 뿐, 업무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및 시민들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열린 세월호 특조위 성역없는 진상규명 조사 지속 지지 국민기자회견에서 특조위 강제종료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출근 시간에는 특조위를 응원하는 416 가족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해체를 촉구하는 보수단체가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조위 건물을 둘러싸고 앞쪽에서는 응원의 소리가, 옆에선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보수단체 월드피스자유연합 10여명은 "특조위는 정치단체로 전락해 세월호 조사와 관련 없는 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해체를 촉구했다.

반면 유가족 등 80여명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특조위 건물을 찾아 조사관들의 출근을 격려했다. 줄지어 선 조사관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힘내세요"라는 응원을 전했다.

한 조사관은 "전날에 밤을 새워 조사관들끼리 간담회를 가졌다"며 "몸은 피곤하지만 가족분들이 응원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특조위가 있어야 진상규명이 가능하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조위 조사가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방해 속에서도 '세월호에 실린 철근 400톤' 등 의혹을 밝히는 데 앞장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