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언론인 선거운동 허용"…정치문화 달라질까

온라인 방송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진행한 김어준 딴지일보 발행인(48)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43)는 2012년 19대 총선 직전 수차례에 걸쳐 당시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와 김용민 후보, 천정배 후보 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집회를 열었다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60조 1항에 따라 이들을 기소했지만 해당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처벌도 불가능해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론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60조 1항에 대해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언론인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언론매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블로그나 SNS 등 개인적 방법을 통할 경우로 제한됩니다. 예컨대 유명 기자나 아나운서가 선거 기간 자신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글을 게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들이 소속된 언론기관을 통해 이 같은 의사를 표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는 것이죠.

"언론인 선거운동 전면 금지는 기본권 과잉침해"

헌재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지나친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선거운동을 통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주권을 행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아니라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요소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언론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언론인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과 결합해 그 의사를 대변할 경우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큽니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우리 법은 언론기관에 공정보도의무를 부과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할 수 있는 편파적인 보도나 논평에 대해서는 제재 및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또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방송시설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위한 방송을 할 수 없고, 허위사실 공표나 사실 적시를 통해 후보자를 비방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품이나 향응 등을 받거나 권유·약속할 수도 없습니다.

헌재는 "언론의 불공정한 선거운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법적 조항이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이와 별도로 언론인이 매체를 통하지 않고 업무 외적으로 개인적 판단에 따라 선거운동을 하는 것 조차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을 과잉 침해하는 것이다"고 판단했습니다. 언론인은 공무원과 달리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의무가 없고 정당 가입도 전면 허용되는 만큼 선거운동의 방법이나 기간, 주체 등에 상관 없이 선거운동 전부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변화된 언론 현실 반영"


헌재의 이러한 판단은 과거와는 달라진 언론의 개념을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인터넷 매체의 증가와 더불어 신문·방송·통신 등에 종사하는 언론인의 수는 2014년 기준 5만5507명에 이릅니다. 또 기존 언론의 틀을 벗어나 그 개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이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작성·발행하고 언론기관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는 등 이른바 '시민기자'의 활동이 늘면서 일반 시민과 언론인의 경계도 점차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매체 가운데 어느 범위, 어떤 업무까지를 해당 법 조항이 규정하는 '언론인'의 범위로 한정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영과 편집, 취재, 집필에 어느 정도 관여해야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객원기자도 언론인에 포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은 주어진 법 조항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일각 부작용 우려…"언론 공정성 저해"

그러나 일각에선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 언론의 공정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창종, 조용호 헌재 재판관은 "언론인 개인의 선거운동이 자칫 그 언론인이 종사하는 언론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일정 범위의 언론인에 대해 일괄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었던 정치 또는 권력과 언론의 유착, 언론인이 선거에 개입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과 폐해에 비춰 볼 때 선거의 공정성·형평성 확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해당 법 조항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해당 법 조항을 제외하고는 언론이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편파적 보도나 논평을 하는데 대해 형사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언론인 선거운동 참여…정치문화 달라질까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언론인의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면서 정치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언론인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글을 게시하거나 선거기간 집회 및 TV유세 등에 나와 찬조연설을 하는 모습도 연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영향력있는 언론인에게는 정치권의 러브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물론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처럼 선거 전 언론 매체가 직접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평가 의사를 밝히는 것은 여전히 금지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매체가 아닌 개인적인 방법을 통한 선거운동은 허용되는 만큼 정치적 자유를 얻게 된 언론인들의 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