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우리사주 자사주 매입, 민영화 훈풍 불까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주가가 9000원대로 하락했으나 하반기 민영화 추진이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5일부터 7일간 직원들로부터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았다. 우리사주는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장내매입에 나서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할 계획이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2014년에 이어 세번째다. 지난 2014년 12월 정부가 우리금융지주(현 우리은행) 민영화를 진행할 때 예금보험공사 소수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해 지분 3.99%(2700만주)를 1만1350원에 매입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한차례 더 신청을 받아 시장에서 255만주 추가 매입에 나서면서 우리사주의 지분율은 4.27%로 올라갔다. 당시 평균 매입단가는 9099원이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직원들의 요청에 의해 복지차원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입 규모에도 이목이 쏠린다. 우리은행 주가는 4월 1만원대를 회복한 뒤 4월 말 1만80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에도 1만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브렉시트 확정 소식이 정해진 지난달 24일 1만원 밑으로 떨어진 뒤 9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어, 시장에선 반등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일 2분기 실적 발표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장은 올 2분기 우리은행 순이익(지배주주)을 3016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2289억원) 보다 32% 더 많은 규모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에 대한 추가 충당금이 1000억원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나 랜드마크, 르네상스, 파이시티 부지 매각 대금 등의 환입으로 약 900억원의 1회성 이익도 기대된다.


아울러 하반기 중 민영화를 위한 지분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우리은행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여건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며 "의지를 갖고 우리은행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임 위원장은 "민영화는 우리은행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시장의 플레이어를 민간에게 돌려 드리는 일은 금융개혁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우조선 등에서 '주인 없는 회사'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금융당국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의지가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매각 시점은 빠르면 다음달이 될 전망이다. 윤창현 공적자금위원회 민간 위원장은 지난달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기자와 만나 "브렉시트 등 여러 시장상황 변수로 매각공고 성사를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으로선 우리은행 지분 매각공고를 8~9월 경 내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태핑이 시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매각 대상은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51% 중 약 30%가 될 가능성이 높고, 한 곳의 개별 투자자가 살 수 있는 최소 지분율은 4%, 최대 지분율은 10% 수준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공고 후 투자자들에게 희망가격과 희망수량을 제출하도록 하고 높은 가격을 쓴 입찰자부터 지분 매입 기회가 주어지는 ‘희망수량경쟁입찰제’ 방식이 유력하다.

하반기 중 알려진대로 지분 매각이 추진되면 이는 지난해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결정된 뒤 공식적으로 추진되는 첫 지분 매각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지분을 통째로 파는 경영권 매각으론 민영화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지분을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후 아부다비투자공사 등과 초기 단계의 매각 논의가 이뤄졌지만 유가 급락 등 시장상황이 악화되며 실제 지분 매각이 이뤄지진 못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차례 우리은행 민영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