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때문에 주식 떨어지네"…나도 팔아야 하나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8일 정부의 갑작스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발표 이후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카지노·여행주 등이 일제히 직격탄을 맞고 급락했다.

화장품 대표주인 LG생활건강 (390,500원 ▼1,500 -0.38%)과 아모레퍼시픽 (145,400원 ▲3,200 +2.25%)은 각각 4.5%와 4.4% 추락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 (130,600원 ▲1,600 +1.24%)는 5.5% 떨어졌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강세를 보였던 이 주식들은 발표 직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카지노주도 함께 떨어졌다. GKL (13,730원 ▼90 -0.65%)은 6.2%, 파라다이스 (14,730원 ▲50 +0.34%)는 5.1% 하락했다. 대표적인 여행주인 하나투어 (58,200원 ▼600 -1.02%)는 3.5% 떨어졌다. 이들도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에 급격히 미끌어졌다.

사람들은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우려 때문에 중국 수혜주가 적지 않은 영향을 입을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 2월 사드 배치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당시에도 중국 수혜주는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미 학습효과를 통해 주가하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8일 갑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나오자 서둘러 화장품·카지노·여행주를 내다팔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 배치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비평가들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경우 피해는 중국 수혜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칠 수 있다. 지금 중국 경제와 시장, 소비자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서기 할 수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거의 없지 않은가.

가장 타격이 큰 것은 한국 수입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통한 수입금지다. 한국의 지난해 대 중국 수출액은 1371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6.1%를 차지한다. 또 불매운동을 통한 한류 냉각, 중국계 자금 이탈 등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중국은 주변국과 군사·외교 갈등을 경제제재(희토류 수출금지)로 보복한 사례가 있다. 2012년 중·일간의 영토분쟁이 격화됐을 때 중국관광객의 일본 여행은 11개월 간 감소했다.

“곰에 쫓길 때 살아남는 방법은 옆 사람보다 빨리 뛰면 된다.”

서양 속담에 도망갈 때 잡히지 않으려면 최소한 꼴찌로 뛰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이 말을 주식투자에 비유하면, 군중에 휩쓸려 주식을 사거나 팔 때 막차를 타는 사람이 결국 돈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당신이 만약 큰돈을 벌 수 있는 대박 투자정보를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땐 십중팔구 돈을 벌기엔 이미 서너 박자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주식투자에서 돈을 벌기 위해선 남보다 한두 발 앞서 투자하고 또 팔고 나와야 한다.

지난 6월24일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서 증시가 갑자기 돌변한 적이 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브렉시트 부결이 예상되면서 증시가 크게 상승했는데 이날 개표가 시작되면서 결과가 정반대로 진행되자 많은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브렉시트 부결을 예상하고 취했던 주식 포지션을 서둘러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증시는 삽시간에 급락했다. 그런데 이 때 먼저 판 사람은 그나마 손해가 적었던 반면 뒤늦게 우왕좌왕 따라서 판 이들은 손해가 컸다.

그런데 증시는 이날만 하락했지 그 다음날부터 5일간 연속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맨 마지막에 판 투자자만 가장 큰 손해를 입는 처지가 됐다.

사람들은 보통 다수의 사람들이 한다면 뭔가 좋은 게 있을 거라고 여긴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식당은 분명 맛집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마트에서 많이 팔리는 품목은 당연히 좋은 물건일 거라고 단정한다.

주식시장에도 이런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상존한다. 투자자들은 '사람들이 이미 다 알아보고 검증한 거니까 내가 굳이 힘들게 분석할 필요가 없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분석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을 따르려는 유혹도 크다. 다른 똑똑한 이들의 분석에 무임승차해서 편의를 보려는 건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지 않은가.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날리는 건 군중에 휩쓸려 무작정 따라갈 때다.

걱정스러운 건 밴드웨건 효과가 이젠 컴퓨터 프로그램에까지 깊숙히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0년 5월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몇 시간 내에 다우지수가 800포인트가량 폭락했다. 한 브로커의 시장가 매도 주문 실수로 인해 촉발된 이날 폭락 사태는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한 명의 대규모 주문 실수는 연속적인 매도 주문을 야기했고 급기야 사방에서 매도 주문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증시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자동으로 주문을 내도록 한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달리 감정이 없는 컴퓨터가 오히려 더 떼를 지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증시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포커 게임에서 그날 호구(虎口)를 찾을 수 없다면, 바로 네가 호구이다.”

포커 게임을 하다 보면 그날 게임이 잘 안 풀리는 사람이 꼭 한두 명 나온다. 그런데 어느 날 유난히 그런 사람이 없다 싶을 땐 그 날은 바로 내가 그 호구가 되는 날이다.

포커 게임에서 돈을 잃지 않으려면 그날의 호구만 면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어느 누구도 호구가 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8일 갑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으로 투자자들이 우왕좌앙하며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분명 증시에 악재이고, 이 악재를 피하기 위해선 남보다, 최소한 옆 사람보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주식시장에선 인간이 아무리 빨리 도망간다 해도 컴퓨터 프로그램보다 빨리 뛸 순 없다. 따라서 당신이 아무리 빨리 뛰었다고 해도 당신이 맨 꼴찌로 뛰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직까지 도망가지 않았다면 뛰기엔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뒤늦게 뛰어봐야 주식시장에서 호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에서 호구는 늘 돈을 잃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