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트레이너'·'프로튜어 에이전트'…창직에 성공한 사람들

#안희욱(32세) 스킬트레인 대표는 아마추어·프로 농구선수를 대상으로 농구 기술 향상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스킬 트레이너'다. 그는 선수의 일일 연습량을 관리하고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실력 향상을 돕는다. 지난 3년간 초등학생부터 프로선수까지 약 50여명의 선수가 그를 거쳐갔다. 현재 국내에선 10여명의 '스킬 트레이너'가 활동하고 있지만 2013년 그가 이 직업을 소개하기 전까진 생소한 용어였다.


#송준호(31세) 프로튜어먼트 대표는 아마추어나 중소기획사에 소속된 음악인들에게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튜어 에이전트'다. 공연지원·음반제작·음원마케팅 등 일반적으로 소속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소속사가 없는 음악인들에게 제공한다. 때로는 소속사가 있더라도 각 시기마다 음악인들에게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직업을 구한다'가 아니라 '직업을 선택하고 발굴한다'는 접근법인 창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창직에 해당하는 새 직업은 기존 직업이나 사업영역을 탈피한 직업이나 일자리를 뜻한다.

구직 시장이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레드오션'(경쟁이 극심한 시장)이라면 창직 시장은 '블루오션'(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에 가깝다. 정부도 창직을 '고용 없는 성장' 시대의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보고 지난해에만 23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단위 업무가 가능한 문화콘텐츠 분야 1인 기업이 주요 지원대상이다. 프로추어 에이전트인 송 대표는 2013년 정부 지원 창직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기로 사업을 현실화시켰다. 송 대표는 "창직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직업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창직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현실화해나가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유사분야로 취업할 수도 있고 본인이 회사를 창업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직의 조건=창직은 생활수준 향상, 법·제도 변화 등 사회경제적 변화 양상과 맥을 같이 한다. 국내 창직 사례 중 대다수가 해외 트렌드나 해외에 이미 있는 직업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다. 최근 수제 맥주 열풍이 불면서 맥주제조공정을 관리하며 맥주를 만드는 '브루마스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체코 등에는 전통적인 직업이었지만 국내에선 2014년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 완화, 외부 유통 허용 등 주세법 개정 이후 활성화되고 있다.


애견옷디자이너나 건축여행에이전트처럼 특정 분야에서 세분화해 특화된 직업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 로봇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 '로봇테이너'처럼 전혀 다른 분야를 융합해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들 직업은 아직 직업으로서 도입 초기 단계인 개별 사례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 대상이나 사업내용 및 방법 등을 달리하는 것도 넓게 보면 창직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이주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주도 같은 특정 지역에서 이주민들을 상대로 이주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새로운 일자리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엔 고령자를 위한 이주전문서비스업체가 미국 전역에 500개나 성업중이다. 이들은 포장이사뿐 아니라 고령자의 부동산이나 법률문제를 대행하고 요양시설 입주 및 퇴소도 지원한다. 또 같은 이주컨설턴트라도 귀농·숙박업 등 전문분야를 살려 다시 세분화될 수 있다.

이혼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상담과 법적절차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혼플래너, 가정 내 서랍·옷장·사무공간 등을 정리해주는 정리환경전문가, 아이들의 출산·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베이비플래너 등은 사회적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직업들이다. 또 IT(정보기술) 변화로 3D프린팅모델러, 3D프린팅숍운영자 등의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이정원 한국창직협회 회장은 "협회에선 지난 10년간 1300여개의 새로운 직업이 새로 생겨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연평균 100여개의 직업이 생겨나고 있는 셈인데 점점 더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직 성공하려면=장기적인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진입하고자 하는 분야의 국내 상황에 맞는 적용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한다. 주목할 지점은 창직이 청년 세대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중장년층에게도 일자리 대안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은 그간 직업생활로 경험과 지식, 사회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층에 비해 창직의 성공률이 더욱 높을 수 있다. 그간 중장년층이 퇴직 후 선택하는 길이 자영업 창업이나 기존 분야 재취업 등 한정된 진로였다면 창직은 새로운 진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층이 창직활동 실패시에도 축적한 역량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등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비해 중장년층은 실패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때문에 중장년 창직자의 경우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적·사회적 자본을 갖춘 분야에서 재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직업을 유지하면서 창직을 준비하는 것도 인생 이모작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창직자로 국내 '로봇테이너' 1호인 서덕화(55세) 씨는 "IT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 로봇들이 군무를 추는 공연을 기획하는 등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현재는 전업으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수익성이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5년 내로 한류·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한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