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에 있어 ROE의 의미와 활용

가치투자를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중 오늘날 가장 보편화된 개념 중 하나는 주가수익배율(PER), 주가순자산배율(PBR), 배당수익률 등의 지표를 토대로 가치주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스승으로 알려진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의 의해 체계화되었는데, 이러한 계량적인 접근은 정성적인 평가가 배제된다는 단점이 있고,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가치주가 되기도, 또 안되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계량적인 기준을 충족한다고 하여 가치주로 분류하고, 좋은 기업이라 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기업 경쟁력, 경영진 평가와 같은 정성적인 분석은 그 자체가 쉽지 않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주가와 무관한 기업의 질적인 면을 파악하는 지표가 필요하다. ROE(자기자본수익률) 분석은 한계는 있으나 그래도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10억원의 자본으로 2억원의 이익을 냈다면 ROE는 20%인 셈이다. ROE는 각 산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동일한 업종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 대표기업들의 ROE은 한국이나 일본 대표기업들의 ROE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다. 재무제표 상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운 지적재산(Intellectual Property)이나 브랜드와 같은 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유형자산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산업과 비교해 ROE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ROE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은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등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의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계량적 분석을 위주로 하는 가치투자의 접근은 담배 한 모금 정도 밖에는 기대할 수 없는 소위 꽁초줍기식 투자(Cigar Butt Investing)가 될 수 있다. 워런 버핏은 훌륭한 기업(Wonderful Company)을 적정가격(Fair Price)에 사는 것이 평균의 기업(Fair Company)을 좋은 가격(Wonderful Price)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라고 했다. 한국증시에서 지난 수년에 걸쳐 나타난 변화만 살펴보더라도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준 기업들을 보면 모두 PBR 10배 근방에서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가치투자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따지면 가치주로 분류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ROE는 시장평균의 3배 수준인 20%를 넘나들고 있다. 즉, 이들 기업은 유형자산 외에 브랜드와 유통망 등 정량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여 주주가치의 제고를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적 접근도 ROE를 활용하는 투자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치투자라고 생각하는 투자자에 있어 ROE의 활용은 더 많은 투자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