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의 시작..그러나 금융위기는 아니다

설마 했던 일이 발생했을 때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진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그랬다. 그리고 지난달에 있었던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도 그랬다. 영국 국민들이 40년만에 EU회원국을 탈퇴하기로 선택하는 정말로 설마했던 일이 발생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브렉시트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만큼 단기적인 충격도 컸다.


영국의 EU 탈퇴는 탈세계화 시대를 알리는 중대한 신호로 볼 수 있다. 그간 세계화 시대에서는 정치나 시회적 이슈보다 경기가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이번 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기존질서가 변했음을 시사한다. 정치나 사회이슈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로존내에서 EU 탈퇴를 요구하는 움직임들이 꽤 오랫동안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고, 또한 11월에 예정되어 있는 미국 대선에서 고립주의, 반이민, 보호 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세계 경제측면에서 매우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불확실성은 단시일 내에 반영될 문제라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이슈이다. 따라서 브렉시트 이벤트가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파산 등으로 이어지는 금융위기로 볼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인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각국 정부의 정책이 다시 강화되어 시장의 안정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적어도 한동안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했던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또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일제히 시장변동성을 막기 위한 성명들을 일제히 발표했고, ECB(유럽중앙은행) 또한 은행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 안정화를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럽연합(EU) 분열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영국을 시작으로 현실화됐는 점은 국제 정치와 이데올로기, 경제, 금융시스템 등에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리스크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과도한 비관론에 동참하기 보다는 현실을 냉철히 분석하며 위기 상황을 또 다른 기회로 삼는 전술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과거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자금들이 유럽시장을 이탈해 미국과 신흥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서 보듯 '위기가 곧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