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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을 보듯 '가시리'를 듣듯…기억나지 않는 꿈이기를

[동네북] <5>'몽화-1940, 세 소녀의 이야기'

동네북 머니투데이 들풀 동네북서평단 직장인 |입력 : 2016.07.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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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귀향'을 보듯 '가시리'를 듣듯…기억나지 않는 꿈이기를
책 표지에 그려진 소녀의 모습과 '1940, 세 소녀의 이야기' 이 글귀를 보는 순간, 어떤 내용일지 대강 짐작이 됐다. 여느 책보다 약간 두껍긴 하지만, 어렵지 않은 문체들로 이루어져서인지 내용이 술술 읽힌다.
'귀향'을 보듯 '가시리'를 듣듯…기억나지 않는 꿈이기를

이야기는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버티다가 땅마저 빼앗기고 강제징용을 피해 만주로 도망친 아버지 때문에 경성에서 국밥집을 하는 이모 집에 맡겨지게 된 17살 차영실과 독립군의 딸로 기생집 화월각 주인이 거두어 키운 서은화, 그리고 친일파 부자의 딸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한정인, 이 세 명이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환경의 세 사람이 외진 나무다리 밑 은밀한 동굴에 모여 서로 흉금을 털어놓으며 친구가 되기로 하는데 암울한 시대가 그녀들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위안부 모집' 연령 17세 이상 23세까지의 여성으로 후방 **부대 근무. 월 수입 300엔 이상(선불 3,000원까지 가능)"

이 땅의 어린 소녀들을 보이는 족족 잡아다가 일본에 위안부로 넘겨버린 악질 친일파들 중에는 정인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었다. 그 와중에도 자기 자식은 소중했는지 아들과 딸은 프랑스로 유학을 보내고 머슴 칠복을 아들 대신 일본 땅으로 징용을 보내버린다. 그 시대 일제 앞잡이 중에는 돈을 주고 사람을 사거나 하인들을 제 자식 대신 징용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니, 돈 없고 힘없어 끌려간 억울한 희생자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주인공 3인방 중 은화가 그 지옥의 덫에 걸려든다. 기생으로 모리를 올리기 싫어 집을 나와 방황하던 그녀는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위안부가 되고 만다.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 같은 정인은 두 친구의 기구한 운명을 모른 채 프랑스에서 그림 공부를 계속 하는데, 끝내 결말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그렇게 부모의 친일행적으로 호의호식하던 후손들은 지금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겠지? 괜히 심사가 뒤틀려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역사 앞에서 그것이 경우에 맞는 떳떳한 일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묵직한 분노와 함께 살의가 느껴졌다. 영화 '귀향'의 여러 장면과 삽입곡 '가시리'의 가락이 오버랩 되어 눈앞을 맴돌았다.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그녀들이 여자로서 겪었을 깊은 충격과 치욕을 생각하면 가해자들에게 먼저 가혹한 징벌과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께 먼저 용서를 빌고 싶다. 진작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했고 더 힘센 나라를 만들지도 못했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과 명예를 지켜드리지 못했다. 더불어 당시 징용돼 희생되신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명복도 다시금 빌어드리고 싶다.

반성을 모르는 일본의 가증스런 로비로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나가사끼 현의 하시마 섬 갱도에 한글로 쓰여 있었다던 낙서들을 떠올려본다.

"배가 고파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 고향에 가고 싶어요."

고향 땅과 부모형제를 끝내 만나보지도 못하고 머나먼 타향에서 눈을 감는 순간, 그분들은 눈인들 제대로 감을 수 있었을까. 책을 덮으며 살짝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설이되 소설이 아닌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악몽 같았던 삶을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해야 하나. 뉴스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자위대 창설기념행사가 열리고 고위관료들이 참석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아픈 역사와 함께 깨고 나면 기억나지 않을 그런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 몽화= 권비영 지음. 북폴리오 펴냄. 384쪽/1만3800원.

'귀향'을 보듯 '가시리'를 듣듯…기억나지 않는 꿈이기를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7월 29일 (07:4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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