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고 포뗀 임대소득 과세…그마저 미루는 정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조세정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 기본 중의 기본마저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주택 임대소득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주택 임대소득 과세를 다시금 유예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는 그렇지 않아도 분리과세를 비롯한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 이름뿐인 과세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다. 유독 임대소득에만 관대한 대한민국의 조세정의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전국 지자체에 등록된 민간 임대사업자는 10만3927명이다. 국세청에 주택임대소득(2013년 귀속분)을 신고한 납세자 수도 10만3000명으로 이와 엇비슷하다.

이에 비해 2주택 이상 소유 다주택자는 172만1000명(3채 이상 보유 30만6000명), 통계청 기준)으로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의 10배가 넘는다. 다주택자 대부분이 전·월세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대소득을 신고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는 형편이다. 임대소득신고를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돌린 비정상인 상황이 이를 가능케 했다.

이 같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고자 정부가 2014년 2월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대책을 발표했지만 각종 세제 혜택에 이어 시행 시기까지 유예하면서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다.


선진화 방안은 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해 종합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세금을 전혀 내지 않던 대다수 민간 주택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일종의 과도기적 형태다. 사실상 90% 이상 숨겨져 있는 주택 임대소득 세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번번이 갈지자 걸음이다. 이른바 '노부부 집주인 세금폭탄'을 앞세운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에 정부가 대책 발표 한달도 못돼 올해까지 향후 2년간 과세를 유예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데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14% 저율 분리과세 △3년간 과세 유예 △임대소득의 60% 필요경비 공제 등 각종 감면·절세 혜택이 주어진 제한적인 과세마저 첫 발을 떼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우리와 달리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개인이든 법인사업자든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지극히 당연시된다. 임대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 과세하는 나라도 없다.

미국의 경우, 개인과 법인사업자간에 과세 체계는 다르지만 임대소득을 종합소득에 포함해 개인소득세를 부과한다. 당연히 임대소득에 대한 별도의 과세기준이 없고 임대소득을 종합소득 신고에서 누락하는 경우 제재가 따른다. 영국 역시 주택 임대소득을 포함한 총소득을 기준으로 개인 소득세를 부과한다. 근로소득이나 임대소득이 다를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일본도 주택임대를 통해 얻는 모든 소득에 대해 종합 과세한다. 일부 소상공인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지만 개인과 법인사업자를 막론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는 차이가 없다.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 연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갈수록 빨라지는 현실에도 역행한다. 전세 보증금의 경우, 반환을 전제로 하는 미실현이익인 데다 금융소득 과세와의 이중 과세 소지도 있다. 반면 월세의 경우, 매달 정해진 금액이 수입으로 적립된다. 원천징수가 적용되는 임금 생활자의 근로소득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월세에 대한 과세를 더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불로소득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현행 임대소득 세제에 흠결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전세의 월세 전환, 기업형 임대 등 임대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전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