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종합대책, '비대칭 규제' 방안 나올까

상황이 역전됐다. 과거 정부는 IPTV 진흥을 위해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및 특별법인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제정 등 기존 유료방송과 다른 '비대칭 규제'를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매출과 가입자 수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사' 위기에 빠진 케이블TV(SO)를 위한 비대칭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정부가 이르면 연내 내놓을 '유선방송 발전 계획'에 SO 지원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자발적 생존전략 막혀"…SO 출구는?

지난 20일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은 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유료방송발전 추진위원회를 구성, 가능하면 연내에 발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11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국회에서 SO가 사양길에 접어든데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꼭 (SO) 퇴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유료방송 전체의 균형 발전이 필요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 중"라고 말한데 이어 구체적인 시한을 정한 것.

미래부가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공정위가 '권역별 점유율' 등을 문제 삼아 SK텔레콤 (50,900원 ▼100 -0.20%)-CJ헬로비전 (3,335원 ▲50 +1.52%) M&A(인수합병) 불허 결정을 내린 이후다. 사실상 유일한 SO 인수 여력이 있는 통신사업자들의 M&A 시도가 어려워지면서 유료방송 업계의 선제적 구조개편 역시 불투명해졌다. 결국 전국 사업자이자 이동통신을 보유한 통신3사의 시장 확장에 SO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가 나오는 것.


미래부가 '균형 발전'을 수차례 언급한 만큼 SO 사업자들이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차별적인 규제까지 검토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지역방송을 보유한 SO들의 방송 시장 경쟁력을 키워주면 IPTV와 차별화가 가능하다. 지역방송을 위한 정부의 콘텐츠 지원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 종료 시한 획정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012년 정부는 지상파의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했다. KT의 2G 서비스 종료 역시 허용했다. 이같은 사례를 활용해 케이블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고, 망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하면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현재 케이블 디지털 전환율은 53.3%에 그치고 있다.

다만 비대칭 규제가 시장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만큼 정부 역시 신중한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경영난에 빠진 팬택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 상한제 면제 등 비대칭 규제 주장이 나왔지만 이를 거절한 전례가 있다.

◇결합상품 '핸디캡' 극복 정책 마련될까

이동전화를 매개로 한 결합상품으로부터의 시장 방어도 케이블TV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SO 사업자들은 IPTV 사업자들과 달리 이동통신 서비스가 없다. 때문에 결합상품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통신3사의 이동통신 서비스와 SO의 방송·유선인터넷 상품을 동등한 조건에서 결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미래부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 같은 정책은 시장경쟁 질서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방법과 수위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방송법(방송법 개정안)의 빠른 시행 역시 SO업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이 법은 유료방송 규제 기준을 권역 점유율이 아닌 전체 점유율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역 제도에 발이 묶인 SO 사업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시 한번 통신사업자와의 M&A를 시도할 근거를 갖게된다. 아울러 SO 간 M&A등이 좀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SO간 합종연횡을 통해 통신사업자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상파 재전송 등 콘텐츠 수급…정부 중재 가능성은?

한편 지상파 재전송 비용 논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중재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규모도 작은 SO사업자들은 대형 지상파 방송사들과 개별협상을 펼치기엔 역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가 나서서 양측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거나 적정 수준의 재전송 대가 기준을 마련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료방송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SO가 고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유료방송 발전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유료방송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으로 이번 M&A 심사결과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