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필요없는 NCS 채용' 내년 모든 공공기관 적용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기자실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확정·고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7.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국국토정보공사(LX·구 대한지적공사)의 입사지원서에는 흔히 묻는 학점이나 가족사항 등이 없다. 면접도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고 포부가 무엇인지를 묻는 게 아니라 지적(地籍) 업무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지 등의 업무 관련 질문이 주류를 이룬다.

2014년 LX에 입사한 양재훈씨(32)는 육군 포병부대에서 측지병으로 근무하면서 측량업무가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다니던 부동산학과에서 법대로 편입도 했고, 지적산업기사 자격증도 땄다. 그러나 지방대 출신에 500점대에 불과한 영어토익점수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사는 꿈도 못 꾸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3수만에 LX 입사에 성공했다. 타 공공기관들이 토익 하한선을 850점 등으로 잡곤 하는데 LX는 측량업무기관으로서 굳이 높은 토익점수가 필요 없다고 판단해 하한선을 500점으로 정한 것이다. 하한선이 높았다면 그의 입사는 불가능했다.

양씨는 "처음과 두 번째 도전은 실패했지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적용된 세번째 도전에서 취업에 성공하면서 새 제도 도입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그동안 대기업·공기업 등 지적측량 업무직을 뽑는 곳에 50개 넘는 원서를 냈는데 매번 미끄러졌다"고 말했다.

LX는 전공필기 위주의 채용제도 혁신에 대한 내부적인 요구에 따라 학력, 전공, 성별, 나이, 토익성적 제한을 폐지했다. 채용공고에 명확한 직무설명서를 제시하고, 직무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적용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그동안 '스펙 쌓기'로 과열됐던 채용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능력중심의 채용, 이른바 'NCS' 기반의 채용제도가 공공기관에 적용이 되면서 직무능력은 있으나 학벌·토익 등 스펙이 상대적으로 달렸던 취업준비생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열된 취업시장은 물론 입시위주의 교육문제 해결에 실마리가 될 'NCS'가 공식 확정됐다. 고용노동부는 22일 NCS를 확정·고시해 자격기본법에 따른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고 21일 밝혔다.

NCS는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일종의 인재양성지침서로, 직업교육훈련 및 자격제도를 현장(일)에 맞도록 개편하고 기업의 채용·임금·승진 등 능력중심 인사관리를 유도하는 기준을 말한다.

올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비롯해 230개 공공기관이 채용제도에 NCS를 본격 적용하면서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NCS기반의 채용제도는 내년까지 321개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한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상사 등 대기업도 NCS적용 확대

앞으로 공공기관은 모든 채용전형을 서류, 필기, 면접 순으로 진행하던 종전 방식에서 NCS의 직업기초능력(의사소통·문제해결능력 등 기초 10개 영역)·직무수행능력(각 실무에 직결되는 기준 능력)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삼성전자·현대중공업·LG상사 등 대기업도 NCS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 신한은행, 두산, 농협 등도 NCS기반의 인사관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확장이 빨라질 전망이다.

NCS는 국가기술자격 취득에도 적용이 된다. 기존 필기나 실기를 치르는 검정 방식이 아닌 NCS 기반의 과정평가형 자격으로 운영하면서 내년까지 용접 산업기사와 미용사(일반) 등 61개 종목이 실무로 배우는 기술로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권기섭 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능력중심의 채용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특성화고와 전문대학, 일학습병행 기업 및 공공·민간 직업훈련의 교육과정 편성에 NCS가 전면 적용돼 산업현장 수요에 기반한 교육훈련 혁신의 전기(轉機)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고시 내용은 전기·전자, 정보통신, 건설, 기계 등 24대 직업 분야, 847개 NCS 및 이를 구성하는 1만599개 능력단위를 포함하며, 구체적 내용은 NCS 홈페이지(www.nc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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