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구로구을 투표함' 열어보니…'4325표 중 노태우 3133표'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 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개함·계표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29년 전 '구로구청 농성사건'의 발단이 됐던 투표함의 봉인이 풀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정치학회는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 대강당에서 1987년 13대 대선 당시 서울 구로을 선거구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개봉했다.

이 투표함은 대선이 치러진 1987년 12월16일 오전 11시30분쯤 구로을 선관위 관계자가 개표소로 옮기던 중 그 안에 부정 투표용지가 들어있다고 확신한 시민들이 몰려들어 빼앗은 것이다.

당시 구로구 선관위에서 선거가 끝나기 전인 오전 시간에 투표함을 개표소로 왜 보내려 했는지에 대해 시민들에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구청에 모인 시민들은 이 투표함을 부정투표함으로 규정했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부정 투표의 증거물인 투표함을 지키겠다"며 구로을 선관위가 있는 구로구청을 점거한 뒤 40여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어 경찰이 투입됐고 시민 1000여명이 연행됐다. 이 가운데 200여명이 구속됐다.

선관위는 4529명의 부재자 투표자 중 4325명의 투표용지가 이 투표함에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효처리했다. 대선 당시 노태우 당선자와 2위 김영삼 후보 간 194만여표가 차이나면서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봉인을 뜯지 않은 채 현재까지 보관돼왔다.

선관위는 줄곧 '선거부정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선관위가 투표함의 개봉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한 오랜 논란거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날 10시12분 투표함의 자물쇠가 절단되고 뚜껑이 열렸다. 회수용 봉투의 수는 4325개로 예상된 투표용지수와 일치했다. 계표는 오후 1시50분에 종료됐다. 계표 결과 4325명 중 3133명이 기호 1번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를 뽑았다. 이어 3번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 575표, 2번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 404표, 4번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 130표 순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와 한국정치학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한 과학적 검증과 함께 당시 사건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구술자료들을 확보해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