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CF로 9억원?" 중기와 한류스타, 러닝개런티로 '상생'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현장포토 / 사진제공='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측

#대세 걸그룹 멤버 A씨가 가발을 쓴 사진 두 장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다.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뽐내던 A씨가 머리카락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울상을 짓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SNS에서 화제가 됐다.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인 '헤어커투어'와 러닝개런티 광고 계약을 맺은 A씨가 자발적으로 연출, 촬영한 사진이었다. 조회수 200만건을 돌파한 이 사진은 인지도가 낮았던 해당 제품을 아시아 시장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중소기업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 걸그룹도 한 해 5억원의 광고 수입을 올렸다.

해외 판로 개척에 힘쓰는 중소기업과 새로운 수입원을 찾는 한류 스타들이 상생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축은 러닝개런티 광고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류스타 마케팅에 나서는 중소기업은 통상 원가를 제외한 제품 수익 중 3~10%를 연예인들이 속한 매니지먼트회사에 건네는 러닝개런티 형태로 수익을 나눈다.

유명 걸그룹 B도 중소기업 의류 브랜드 '비커즈'와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어 그 해 광고료로 약 9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평소 해당 의류를 입은 사진들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회사 매출을 극대화시켰다.

중소기업과 드라마 제작사, 매니지먼트사가 연계된 '제 3자 러닝개런티' 계약도 등장했다. 의류 브랜드 '채리어트'는 다음달 12일 방영되는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에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제품 수익의 10~30%를 드라마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에 건네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작사는 사실상 광고 모델 역할을 하는 배우의 소속사와 일정 비율로 재차 이익을 나누게 된다.


이처럼 러닝개런티 광고시장이 성장하는 데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이 활로를 모색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수억원의 광고 비용을 선지급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회사 매출을 담보로 한류 마케팅을 펼치게 됐다는 것.

또 불모지에 가까운 해외시장에서 제품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스타들의 일상생활에 녹아든 제품 사진이 해외 팬들의 SNS로 퍼지면서, 제품 인지도도 더불어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과거 국내 홈쇼핑 방송에 크게 의존했던 홍보 채널을 다양화해 안정적 유통 채널을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소속사들은 대기업 중심의 광고 시장이 포화되고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억원의 광고료를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 광고 시장이 새로운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제작사의 경우, 아시아를 강타하는 한류 드라마를 제작해도 일부 배우들의 출연료가 수직 상승하는 데 반해 제작사 수익은 소폭 상승에 그치면서 해외 판권 외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반기고 있다.

이같은 러닝개런티 계약은 제품 홍보에 제작사와 매니지먼트회사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국내 중소기업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중소기업과 엔터 업계가 전체 매출을 높인다는 공동 목표가 생기면서, 스타들도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생활 속에서 제품을 수시로 노출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해,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서지 않던 기존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스타마케팅 전문기업 스타콜라보의 김민석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한류 마케팅을 하고, 연예인들은 중소기업한테서 수억원의 광고비를 받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라며 "향후 한류 콘텐츠산업이 성장하는 데에도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