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김영란법' 위헌여부 오는 28일 결정…주요 쟁점은?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이번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합의를 마치고 오는 28일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일 만에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헌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부패한 공직자에 대한 처벌 강화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한 차례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직자가 받은 돈과 직무 사이에 연관성을 입증해야만 유죄가 인정되는 기존 형법상 수뢰죄와 달리 돈을 받은 사실 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법안이 가결된 뒤 본래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쟁점은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 교직원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적절한가'다.

◇언론·사학의 자유 vs 업무의 공공성=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규제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으로 국가기관과 공직유관단체뿐 아니라 언론사와 사립학교법인을 포함시켰다. 아울러 언론사 대표·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공직자로 규정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의 업무상 특성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들을 공무원·공립학교 교직원과 다르게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언론인을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언론인에 대한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일었다. 취재원과의 만남을 제한해 자유로운 취재를 방해할 뿐 아니라 뇌물을 받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가중처벌이 된다는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 시민단체 등 공공성이 강한 다른 직업군은 제외하면서 언론인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이유로 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한 규제도 사학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우자 신고의무' 반인륜 vs 가족규제 필요=또 다른 쟁점은 공직자에게 자신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규정한 부분이다. 이 규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더라도 결국 공직자가 수수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배우자 등 가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신고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위헌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 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부부 사이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받게 해 반인륜적이라고 비판한다. 연좌제 방지를 위해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13조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반국가 활동을 한 사람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조차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밖에도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부정한 청탁'이나 '직무연관성'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쟁점이 있다. 규제 대상이 불명확해지면 법률로 규정된 행동에 대해서만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들은 지난 21일 김영란법 심판 사건 결정에 앞서 서로 쟁점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평의'를 열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여러 쟁점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신속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취지다.

헌재가 위 쟁점들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위헌 결정이 날 경우 법 시행은 후속 입법 작업을 마칠 때까지 미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