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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살고 싶다는 이재현 회장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6.07.25 04:24|조회 : 8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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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 셸리 케이건은 죽음 강의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쓴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는 종교적 해석이나 신앙고백이 아닌 논리와 이성으로 죽음을 해석했다.

"죽음은 두려운 것인가. 대부분 사람은 죽어 있는 상태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죽어 있는 상태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은 모든 경험의 끝이다. 따라서 죽음은 나쁜 것이 될 수 없고 죽어 있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도 성립되지 않는다. 영혼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기계에 불과하다. 사랑하고 꿈꾸고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놀라운 기계다. 죽음은 거대한 신비가 아니라 컴퓨터가 고장 나는 것과 같다. 모든 기계는 언젠가 망가지게 돼 있다. 우리가 죽음의 필연성을 이해하고 이를 내면화할 수 있다면 죽음을 덜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삶이 소중한 것은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셸리 케이건의 지적처럼 이성으로 죽음을 바라보면 죽음은 나쁜 것도 아니고, 두려워할 대상도 아니다. 우리는 죽음의 불가피성도 알고 있다. 우리의 삶이 언젠가는 끝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며, 육체는 충격적인 모욕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이를 늘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생각들이 불현듯 찾아오면 매몰차게 거부해 버린다. 감성적이고 나약하고 두려움 많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CJ 회장, 그가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2013년 7월 횡령·배임·탈세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재상고를 포기했다. 일각에선 8·15 특별사면을 언질 받고 상고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사면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하다. 우선은 집안 내력인 CMT(샤르코마리투스)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재판부에 제출하려고 찍어 보낸 사진을 보면 눈 뜨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다. 근육 위축으로 손으로는 젓가락질을 못하고 발등이 솟아올라 걸을 수도 없다. 종아리는 손목처럼 가늘어져 있다.

이 회장의 할머니에게 시작돼 범삼성가의 많은 사람이 앓고 있거나 공포감에 시달리게 만드는 이 병은 다리와 팔의 근육이 사라지는 희귀병이자 치유불능의 병이다. 병의 진행을 늦추는 재활치료가 전부다.

이 회장의 병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 2013년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기도 했지만 거부반응을 보여 건강이 더 악화됐다. 신장이식 후에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면서 간수치가 악화되고 부신부전증, 입안 궤양, 고혈압 등 온갖 부작용에 시달린다.

팔·다리 근육 위축(CMT)과 신부전증 등에 시달리고 재판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이 회장은 주변 가족들에게 "내가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 살고 싶다"며 죽음의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다지 많은 것을 원치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않고,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서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즐기고 자기만의 남은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이재현 회장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기업 총수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으로서, 남은 삶이 많지 않을 그의 작은 소망을 우리가 이제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에게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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