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로 성장동력 확보나선 美 통신사들…국내는 '글쎄'

국내 통신3사가 정부 규제와 신규시장 미성숙 등으로 인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해외 통신 사업자들의 경우, 방송·인터넷 등 이종 산업과의 활발한 합종연횡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SK텔레콤 (51,000원 ▼100 -0.20%)-CJ헬로비전 (3,375원 ▲20 +0.60%) M&A(인수합병) 실패 사례 이후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추진해왔던 탈(脫)통신 사업들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라이즌, 야후 인수…한국은 정반대?= 25일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주요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인터넷 포털 야후와 48억 달러(한화 5조4600억원 상당)에 인수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AOL을 인수한데 이어 야후까지 편입함으로써 자사 모바일 역량과 신규 인터넷 미디어 자산을 통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 버라이즌의 전략이다. 디지털광고 시장에서도 구글·페이스북을 위협할 수 있다는 복안이 담겨있다.


또 다른 통신 사업자인 AT&T 역시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방송사업자 다이렉TV와의 M&A(인수합병)를 승인받았다. 이외 브라질, 스페인 등 통신사업자들도 방송사업자와의 ‘이종결합’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종 혹은 동종간 M&A를 통해 통신 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보겠다는 취지다.

국내 기류는 정반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M&A를 금지키로 결정한 것과 관련, 통신 시장내 M&A가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국내 통신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삼았던 방송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서 M&A를 통한 몸집 부풀리기 경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M&A 심사과정에서 업계 내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하면서 방송 부문 외 M&A 시도 역시 수월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절벽’ 통신업계, 2Q 실적도 ‘제자리’= 설상가상으로 통신업계 본업의 수익구조는 악화일로다.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준점인 지난해 2분기 실적에서 SK텔레콤의 일회성 명예퇴직금 비용(1100억원)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신3사의 수익성은 더 크게 악화된 셈이다.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지원금 대신 20% 요금할인제 선택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 통신업계의 ARPU(가입자 1인당 평균 지출금액) 하락폭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는 몇해전부터 ‘탈(脫)통신’을 표방하며 사물인터넷(IoT), 보안, 결제 등 플랫폼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그러나 적기에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 창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IT발전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통신업계가 시장포화 상태에서 이렇다 할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해외 통신 사업자들 사례처럼 이기종 산업간 M&A가 활발해질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