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꿈꾼 건축사…"영화에서 건축 영감 얻어요"

이정섭 GS건설 건축설계팀 차장.

"프랑스 고전 영화에 나온 건축물의 소재, 분위기를 보면서 공간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를 찾습니다. 인상 깊게 봤던 영화의 장면을 현실에서 재구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한마디로 영화적 공간이 현실이 되는 것이죠."


이정섭 GS건설 건축설계팀 차장(42)은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시절 내내 영화감독을 꿈꿨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그의 꿈은 군대 제대 무렵 보게 된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의 작품집으로 바뀌게 됐다.

페터 춤토르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다. 그는 당시를 기억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2000년 군 제대 이후 페터 춤토르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스위스로 떠났어요. 하지만 그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낙담하고 돌아설 때쯤 그가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는 얘길 들었죠. 입학허가를 받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어요. 이탈리아어를 전혀 못 했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당시엔 무엇이든 할 수 있었죠."

그는 유학 당시 건축가 아우렐리오 갈페티(Aurelio Galfetti)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석사 취득 이후 함께 일했다. 이 차장은 자신을 건축사의 길로 인도해 준 사람으로 페터 춤토르를 꼽는 한편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 아우렐리오 갈페티를 스승으로 불렀다.


"스위스에서 페터 춤토르와 아우렐리오 갈페티의 수업을 들었어요. 재료에 대한 이해, 장식성의 배제 등을 통해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는 지에 대해 배웠죠. 공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유학 시절 배웠던 내용을 그대로 이식하기보다 현재의 조건에서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차장은 GS건설 입사 당시 해외 프로젝트 디자인 빌드를 담당했고 이후 광교 파크자이 더 테라스·킨텍스 원시티 등의 혁신 설계를 맡았다.

"영화와 건축은 공통점이 많아요. 영화는 전혀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건축은 기존의 세상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공간은 시각적 정보만이 아닌 분위기죠."

공간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다. "누군가 제 건축물을 보면서 감동을 하길 바라죠. 예전에는 선량한 공간을 만들면 그 공간에서 나온 사람들은 선량해 질 수 있다고 믿었어요.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면 아름다운 사람이 돼 나온다고 믿었죠. 지금도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은 특별하다고 믿습니다."

이 차장은 끊임 없이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언젠가는 영화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지금은 건축사라는 직업에 충실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프로젝트를 담당해 건축물을 만들기도 하지만 더치커피 기구 등 작은 물건을 집에서 만들기도 한다"면서 영화도 제작하고 싶은데 아내가 '돈 안되는 것만 좋아한다'는 말을 한다며 웃음 지었다.